저는 1일 1식을 2년 이상 실천해 오고 있습니다. 15kg 이상 감량에 성공해서 유지하고 있고요. 지금은 해이해져서 두 끼를 먹거나 야식을 먹는 경우도 있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하루 한 끼가 일상이 되어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간만에 조금 길게 단식한 후기를 쓰려고 합니다.
이번 단식의 이유
이제 설날이 가까이 왔지요. 명절이 되면 친척댁에 가서 식사를 해야 하고, 설이니만큼 높은 확률로 떡국도 식탁에 오르게 됩니다. 이때 탄수화물을 안 먹는다고 하거나 단식을 이유로 식사를 거절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물론 가능하긴 하지만, 간헐적 단식에 대해 전혀 인식이 없고 끼니를 거르면 몸에 나쁘다고 생각하는 어른들을 상대로 뭔가 논리를 풀기도 상황이 어색하죠. 저번에 실제로 그래 봤는데 쉽지 않더라고요. (ㅋㅋㅋㅋ)
그래서 이번에는 그냥 주는 대로 적당히 먹기로 하고, 대신 그 전에 조금 길게 단식을 해서 벌충하기로 한 것입니다. 좀 많이 먹었다 싶으면 설 이후로도 단식을 할 생각입니다. 단식이 왜 유익하고 어떤 효과가 있는지에 대해선 이 블로그에서 여러 번 썼으니 다른 글을 참고해 보셔도 좋겠습니다.
참고: 칼로리를 줄인다고 살을 뺄 수 없는 이유
단식 일정
- 1월 14일: 밤 12시에 야식을 먹었습니다. 계란을 반숙으로 삶아 4개 먹은 것까진 좋았는데 과자(조청유과)를 먹고 말았어요. 그래서 다음 날은 일단 종일 단식을 하기로 합니다.
- 1월 15일: 물, 커피, 오메가-3, NMN만 먹고 종일 단식했습니다. 저녁이나 밤 시간에 허기가 좀 있긴 하지만 괜찮습니다. 두통이나 부작용 없고, 단식으로 인한 약간의 각성 작용 때문에 밤에 잠이 조금 안 오는 정도입니다. 실제로 단식을 하면 대사가 높아지고 머리가 맑아져서 잠을 못 이루시는 경우가 있습니다.
- 1월 16일: 오후 1시에 점심을 먹으면서 37시간 단식을 종료합니다. 5일 이하의 짧은 단식은 보식 같은 것이 별로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그냥 집 근처 식당에서 일반식을 먹었습니다. 그런데 15일에 하루 단식을 해보니 별로 힘들지도 않고 기분이 나쁘지 않았습니다. 이미 예전에 몸을 단식에 적응시키기 위해 60시간, 70시간 단식도 해봤던 터라 익숙해진 것도 있겠지요. 오늘 밥 한 끼 잘 먹었으니, 내일 하루 더 단식을 진행하기로 합니다.
- 1월 17일: 이날도 물과 커피, NMN만 먹고 종일 단식했습니다. 15일은 야식을 먹고 시작했지만 이번에는 전날 점심부터 시작했기 때문에 단식 시간이 더 길어집니다. 내일 점심을 먹을 예정이므로 총 48시간 단식이 됩니다. 자가포식을 활성화해서 세포가 더 젊어지도록 자극을 가하기에 충분한 시간이네요.
참고: 자가포식(오토파지) 뜻, 효과, 활성화 방법 총정리
- 1월 18일: 오늘입니다. 1시에 점심을 먹으면 48시간 단식을 마치게 됩니다. 글을 쓰는 지금이 11시 53분인데요. 아직 점심을 먹지 않아서 단식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지금은 커피에 난소화성 말토덱스트린을 한 티스푼 타서 마시고 있습니다. 난소화성 말토덱스트린은 옥수수 전분을 가공해서 소화되지 않게 만든 것으로, 에너지로는 흡수되지 않고 장내 유익균들의 먹이가 됩니다. 장내 미생물은 먹이면서 저 자신은 먹이지 않는 좋은 수단이 되지요.
참고: 난소화성말토덱스트린 1년 반 복용 효과 & 후기
단식이 위험하지 않은 이유
이렇게 연속으로 하루나 이틀씩 단식을 하면 몸이 힘들지 않냐고요? 괜찮습니다. 전혀 몸에 무리가 가는 느낌도 없고, 허기도 별로 없고, 기운이 떨어지거나 머리가 흐려지지도 않습니다. 대신 몸이 가벼워지고, 살이 빠지고, 집중력이 좋아지고, 기분이 상쾌해집니다. 저는 이미 겪어봐서 잘 알지만, 단식을 경험해보지 않은 분들은 끼니를 거른다는 것에 지나치게 걱정하거나 겁을 집어먹는 경우가 많은 것 같더라고요.
단식 관련 책들을 한두 권 보신 분들이라면 알겠지만, 단식을 일상적인 루틴에 통합하는 인구 집단은 세계 곳곳에 꽤 많습니다. 대표적으로 이슬람교의 라마단 전통이 있겠고요. 태국의 스님들은 정오까지 한 끼를 드시고 이후 음식을 드시지 않습니다. (고형물 대신 설탕이 든 음료를 많이 드셔서 비만이나 지방간이 오는 경우는 있다지만….) 힌두교나 불교 전통에서도 간간이 단식하는 건 그냥 자연스러운 것이지 무슨 대단한 고행이 아닙니다.
꼭 전통이 아니더라도 음식을 하루이틀 거르는 것은 수렵채집인 시절의 우리 선조들에게 일상이었을 것입니다. 지금 우리 현대인의 몸은 해부학적으로 수만 년 전에 살던 호모 사피엔스와 똑같습니다. 만일 한두 끼나 서너 끼를 거르는 것이 몸에 나쁜 영향(이를테면 근손실)을 준다면, 며칠을 굶고도 사냥과 채집에 나서야 했던 선조들은 진작에 멸종하고 말았을 것입니다.
참고: 하루(24시간) 굶으면 근육이 빠질까? 정확하게 알려드립니다
다행히도 우리 몸은 그렇게 멍청하지 않아서 포식과 단식 기간을 번갈아 갖는 데에 최적화된 방식으로 진화했습니다. 그래서 계속해서 뭔가를 입에 집어넣는 것보다는 주기적으로 음식을 섭취하지 않는 시기를 갖는 것이 우리에게 더 자연스럽고 건강한 생활 방식입니다. 요즘처럼 주변에 음식과 식욕을 자극하는 각종 콘텐츠가 과하게 넘쳐나는 시대에는 확실히 그렇습니다.
단식은 현대인의 대표적인 건강 문제인 인슐린 저항성을 해결해 주고, 브레인 포그를 없애 주고, 치매와 당뇨, 고혈압, 만성 염증을 예방하고, 군살을 없애 줍니다. 게다가 필요하지도 않은 음식을 먹는 데 들어가는 시간과 돈도 절약해 주니 이보다 좋은 게 또 있을까 싶을 정도지요. 저도 꽤 오랫동안 간헐적 단식을 실천해 오고 있지만 더 빨리 알았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간식만 끊거나 아침을 거르는 등 소프트하게 시작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단식을 해보지 않은 분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이 너무 배고파서 어떡하냐는 것인데요. 한 끼를 굶으나 여섯 끼를 굶으나 허기의 수준은 많이 달라지지 않습니다. 여섯 끼 굶는다고 여섯 배나 더 배고파지는 게 아니라는 뜻입니다. 그나마도 단식을 여러 번 하거나 오래 하다 보면 허기는 점점 옅어져서 내가 단식을 하고 있는지 아닌지도 까먹게 됩니다. 배고픔은 그냥 뇌가 먹기를 제안하는 신호일 뿐이고 얼마든지 흘려보낼 수 있습니다. 배고픔은 위험하거나 나쁜 것이 아닙니다.
아무튼 이번 37+48시간 단식도 편안하게 마칠 수 있어서 무척 기분이 좋습니다. 그럼 전 이제 슬슬 글을 마치고 잠깐 딴짓을 하다가 식사를 하러 가겠습니다. 오늘도 좋은 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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