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19일 동네 이비인후과 의원에 2가 백신 접종을 예약하고 맞으러 다녀왔습니다. 그때는 접종자가 거의 없었는지, 토요일임에도 불과하고 낮 12시에 대기 없이 바로 맞을 수 있었습니다. 오늘은 그 후기를 간단히 적어 봅니다.
예약한 백신은 화이자 BA.4/5였습니다. 의사들이 많이 맞는 백신이라는 카더라를 들어서 이걸로 했죠. 비용은 무료였고 준비물은 신분증만 있으면 됩니다(저는 운전면허증을 들고 갔습니다).
주사는 의사분이 직접 놓아주셨는데, 아주 빠르게 끝나고 통증도 거의 없더라고요. 맞은 다음에는 작은 반창고 하나를 붙여 주고, 이후 혹시 모를 아나필락시스 반응에 대비하기 위해 타이머를 받고 15분 병원에서 대기합니다. 맞은 지 10분 정도 지난 시점에서 카톡으로 "너 백신 맞은 것 확인했다"는 알림이 도착합니다. 15분이 지나고 아무 일도 없었기 때문에 병원에서 나왔습니다.
이후 밤 12시가 되도록(12시간 경과) 팔이 뻐근할 뿐 백신 후유증이라고 할 만한 건 전혀 없었습니다. 백신을 맞으면 트랜스휴먼이 된다고 들어서 조금 기대했는데... 뻐근함의 정도는 팔을 못 들어 올릴 정도는 아니고, 들어 올리기가 좀 어렵다 느껴지는 정도였습니다.
부작용이 없다 싶었더니 다음 날 아침에 일어나 보니 두통이 좀 있더라고요. 잠을 제대로 못 자서 생긴 두통과는 느낌이 좀 달라서 아, 이게 백신 후유증인가 싶었습니다. 집에 있던 덱시부프로펜 제품(이지엔6프로)을 한 알 먹으니 곧 괜찮아졌고 이후로는 아무 증상도 나타나지 않더군요.
저는 평소에도 두통이 있을 때 주로 덱시부프로펜을 먹는 편입니다. 저한테 잘 맞는 것 같아서 정착했는데, 밖에서 두통약을 사야 할 땐 나프록센을 선택하기도 합니다. 덱시부프로펜과 나프록센은 둘 다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NSAIDs)에 속하는 약물들입니다.
코로나19 관련 국가에서 운영하는 공식 홈페이지를 보면, 백신 접종 후 해열·진통제를 복용할 필요가 있을 때 공식적으로 권장하는 약은 아세트아미노펜 성분입니다. "가급적 염증 제거 효과가 없는 아세트아미노펜 성분을 선택하라"고 정확하게 공지가 되어 있습니다. 제품 목록을 보면 아세트아미노펜 성분의 해열진통제 목록이 무려 70가지 정도 있는데, 잘 알려진 타이레놀이 아세트아미노펜 단일 성분이고요. 게보린, 펜잘도 복합 성분이지만 아세트아미노펜이 들어가 있습니다. 물론 약사분께서 알아서 잘 골라주실 일이지만요.
그러면 백신 접종 후 발열이나 근육통 같은 후유증이 있을 때 그 외에 다른 진통제는 먹으면 안 되냐? 하면 그렇지는 않습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와 유럽 식약처에서는 아세트아미노펜 외에 다른 해열진통제를 사용해도 된다고 공지하고 있습니다. 저 역시 예전에 백신을 처음 맞을 때 간호사분께 확인했는데, 덱시부프로펜을 복용해도 문제없다는 답변을 받았습니다.
해열진통제는 크게 세 가지 종류가 있는데 아세트아미노펜 계열, 이부프로펜 계열, 덱시부프로펜 계열입니다. 덱시부프로펜은 이부프로펜의 유효한 부분만 추출해서 만든 성분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참고로 아세트아미노펜은 양배추와 함께 먹으면 상호작용이 있어서 효과가 떨어질 수 있으니 양배추 섭취를 삼가야 하고요. 또 술과 함께 드시면 안 됩니다. 알코올과 아세트아미노펜은 공교롭게도 간에서 대사되는 효소가 같기 때문입니다. 일반적으로 아세트아미노펜은 하루 4,000mg이 최대 용량이고 이 이상 복용하지 않으면 간독성이 나타나지 않지만, 술과 함께 먹으면 간 손상 우려가 있습니다. 그날 하루만 안 마시면 되는 게 아니라, 일상적으로 음주를 즐기는 분이라면 아예 아세트아미노펜은 선택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합니다.
그럼 애주가는 어떻게 하냐고요? 다른 진통제를 드세요. 아세트아미노펜 외에 다른 진통제는 알코올과 다른 경로로 대사되어 간 손상 부담이 덜하고, 대신 위장에 부담을 좀 줄 수 있습니다. 아스피린, 이부프로펜, 덱시부프로펜과 같은 NSAIDs계 약물은 프로스타글란딘을 억제해서 위벽 보호 기능을 떨어뜨리고, 이로 인해 속 쓰림이 나타나거나 심하면 위점막에 피가 날 수도 있거든요. 이렇게 약물 계열마다 부담을 주는 장기가 다르다는 점을 고려하면 때때로 진통제 성분을 바꿔 가며 먹는 것도 방법일지 모르겠네요. 저야 워낙 가끔 먹어서 큰 상관은 없고요.
아무튼 저는 약사나 의료 전문가가 아닙니다만, 일반인인 제가 아는 바에 의거하여 적어봤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약국에서 물어보시면 더 정확하게 알아보실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백신 접종 후 부작용이 사라지지 않고 지속되면 꼭 병원을 찾으시기를 권해 드리며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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