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으로 노화가 피할 수 없는 자연의 섭리라고 생각하지만, 세상에는 노화로 죽지 않는 생물이 있습니다. 한 예가 바로 랍스터(바닷가재)인데요. 랍스터의 경우 염색체의 말단소체인 텔로미어를 짧아지지 않게 복구하는 '텔로머레이스(telomerase)'라는 효소가 늘 활성 상태에 있습니다.
그래서 바닷가재는 사냥을 당하거나 탈피를 제대로 못해서 사고로(?) 죽지 않는 한 수십 년에 걸쳐 불로장생의 삶을 누립니다. 게다가 나이를 먹을수록 약해지는 게 아니라 점점 힘도 세지고 몸집도 커진답니다. 옛 한반도에 랍스터가 있었다면 십장생 병풍에는 랍스터가 틀림없이 한 자리를 차지했겠지요.
뜬금없는 랍스터 얘기가 길었습니다만, 사람도 랍스터처럼 텔로머레이스 효소 활성이 지속되어서 텔로미어 길이가 짧아지지 않는 방법이 있다면 참 좋겠지요. 그런데 오늘 알려드릴 소식은, NMN 보충제가 텔로미어를 연장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과학적으로 밝혀졌다는 것입니다.
텔로미어란?
우선 텔로미어가 무엇인지 간단히 알아보겠습니다. 신발끈 끝에 붙어 있으면서 끈을 감싸주는 플라스틱이나 금속으로 된 원통형 캡을 알고 계시죠? 이걸 애글릿(aglet)이라고 부릅니다만, 텔로미어는 마치 신발끈 끝의 애글릿처럼 DNA 가닥 끝에 붙어서 염색체 정보를 보호해 주는 뚜껑 같은 존재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텔로미어는 차차 닳아 없어지는데, 이것이 없어지면 DNA가 손상을 입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게 됩니다. 그래서 텔로미어는 세포에 필수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세포 노화에 큰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부분입니다.
우리 세포는 자신을 복제해서 죽은 세포의 빈 자리를 채웁니다. 이건 우리 평생에 걸쳐 몸 안에서 계속 일어나는 일입니다. 세포가 스스로 복제할 때마다 DNA 텔로미어는 짧아지고, 중요한 DNA 정보는 그대로 유지됩니다. 그러다가 시간이 많이 지나면 텔로미어가 너무 짧아져서 기능을 잃게 되고 이에 따라 세포 노화가 일어납니다. 요컨대 텔로미어는 우리 몸에 있는 모든 세포의 노화 시계라고 할 수 있습니다.
텔로미어가 길면 어떤 좋은 점이 있을까요? 긴 텔로미어는 젊음, 그리고 세포 건강과 직결됩니다. 그래서 텔로미어가 긴 사람은 수명이 더 길고, 더 활력이 넘치며, 정신이 더 맑습니다. 반면 텔로미어가 짧은 사람은 암, 관절염, 심장병 같은 다양한 노화 관련 질환에 쉽게 노출됩니다.
추가로 기억해야 할 것은 텔로미어는 나이가 들면서 짧아지지만, 스트레스나 알코올, 흡연, 비만, 운동 부족, 나쁜 식습관 등에도 영향을 받는다는 것입니다.
NMN이 텔로미어에 미치는 영향
고맙게도 텔로미어 길이를 늘리는 방법이 있습니다.
NAD+라는 물질이 있는데, 니코틴아미드 아데닌 디뉴클레오티드라는 긴 이름을 줄여서 이렇게 부릅니다. 이것은 인체의 모든 살아 있는 세포에서 발견되고 신진대사를 좌지우지하는 조절인자이며, 텔로미어를 복구하고 연장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과학적으로 입증이 되었습니다. NAD+의 생산은 나이가 들면서 가파르게 줄어듭니다만, NMN을 보충하면 체내의 NAD+ 수준을 240%까지 증가시킬 수 있습니다.
참고: NMN+TMG, 노화 시계를 되돌리는 최강 조합
연구를 보면 NMN을 보충하자 텔로미어가 길어졌을 뿐만 아니라 장내 미생물과 혈청 대사에도 긍정적인 영향이 나타났고, 더구나 이런 결과는 90일이라는 비교적 짧은 기간 만에 나타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NMN이 많은 음식?
NMN은 브로콜리, 양배추, 아보카도, 토마토 등에 비교적 풍부하게 포함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 해도 NMN 농도가 1kg에 1mg 미만이므로, 보충제로 섭취할 수 있는 복용량(하루 300mg~1g)을 채우려면 어마어마한 양의 음식을 먹어야 합니다. 요컨대 최적의 NMN 수준에 도달하려면 현실적으로 보충제 복용이 필요합니다.
지난 2019년 스페인 연구팀에 따르면, 생명공학 기술로 생쥐에게 유전자 조작을 가해서 선천적으로 텔로미어 길이가 대폭 길어진 채로 태어나게 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이렇게 텔로미어가 길어진 쥐는 암과 비만도 덜 생기고 더 건강하게 오래 살았는데, 수명이 13% 정도 늘어났다고 알려졌습니다. 이런 기술은 언젠가 인간에게도 적용되겠지만, 그런 날이 오기 전까지는 다른 수단을 최대한 사용해 자신의 건강 수명을 관리하는 것이 좋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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