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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양제

'탄수화물 컷팅제' 다이어트 효과가 있을까?

by 비타로그 2022. 12. 7.

살이 찌는 큰 원인 중 하나가 정제 탄수화물의 과도한 섭취라는 얘기를 많이 들어보셨을 겁니다. 최근 탄수화물 컷팅제, 탄수화물 차단제, 흡수 억제제 등으로 판매되는 제품들이 있는데, 과연 효과가 있는 걸까요?

 


참 이름도 기가 막히게 잘 붙였다 싶습니다. 이런 제품들의 주성분은 흰강낭콩 추출물가르시니아 캄보지아 추출물로서, 유효성분은 각각 파세올라민과 HCA(hydroxycitric acid)입니다. 둘 다 오래전부터 다이어트 보조제로 쓰였던 성분으로, 여기다가 새롭게 탄수화물 컷팅제라는 이름을 붙여 마케팅하고 있는 것입니다.

 

가르시니아 캄보지아 추출물은 제가 수년 전에 먹어본 적이 있는데, 기분상으로는 도움이 되는 것 같았지만 눈에 띄는 체중 변화는 없었습니다. 내가 뭔가를 하고 있다는 기분은 듭니다. 이런 통제감이 심리적 웰빙에는 참 좋죠. 문제는 효과가 별로 없었다는 것입니다.

 

2010년 가르시니아의 체중 감량 보조제로서의 효능을 연구한 논문에서는 이렇게 요약하고 있습니다. "가르시니아 추출물/HCA는 단기적으로 체중 감소를 유발할 수 있다. 효과의 크기는 작고 임상적 관련성은 불확실하다." 뿐만 아니라 체계적으로 검토한 결과, 대부분의 식이 보조제는 체중 감소 효과에 설득력이 없다고 논문은 언급하고 있습니다.

 

가르시니아 캄보지아에 대한 설명은 아래 글에도 썼으니 참고로 보시기 바랍니다.

 

참고: '다이어트 보조제' 가르시니아 캄보지아, 효과 있을까?

 

다음은 흰강낭콩 추출물, 파세올라민(phaseolamin)에 대해 알아볼까요? 파세올라민은 인간이 탄수화물을 소화할 때 나오는 '알파 아밀라아제'의 작용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따라서 탄수화물이 포함된 음식을 먹기 전에 복용하도록 되어 있고, 많은 경우 식욕을 억제하거나 신진대사를 촉진하는 다른 성분과 조합되어 쓰입니다. 또 식후 혈당 조절에도 도움을 준다고 합니다.

 

파세올라민 보충제를 사용하면 탄수화물 식품에서 발견되는 일부 당류의 흡수를 억누릅니다. 이것이 몸에 흡수되는 칼로리를 제한해 체중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이지요. 이론적으로 말이 되는데 실험에서는 어땠을까요? 결과는 다소 엇갈렸습니다.

 

실험 1. 한 실험에서는 과체중 및 비만 환자가 60일 동안 식사와 함께 하루에 3회씩 파세올라민 1,000mg을 섭취했다. 임상 2상 환자의 체중은 평균 1.9kg, 허리둘레는 평균 1.9cm 감소한 반면 위약군은 0.4kg, 허리둘레는 0.4cm 줄었다.

실험 2. 비만 환자가 8주 동안 매일 2회씩 1,500mg의 파세올라민을 복용했다. 하지만 체중은 크게 감소하지 않았다.

실험 3. 파세올라민 100mg을 1일 2회 복용한 그룹과 위약 그룹 사이에 체중 감소에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다. 그러나 식단의 탄수화물 수준을 조사했을 때 상당한 체중 감소 차이가 나타났다. 식단에 탄수화물 수치가 높은  환자는 유사하게 높은 수준의 탄수화물을 섭취한 위약 환자가 1.7파운드(0.77kg)를 감량한 것과 비교하여 체중이 8.5파운드(3.85kg)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연구 간의 결과 차이는 식단의 탄수화물 수준 때문일 수 있다고 보입니다. 요컨대 평소 탄수화물을 많이 먹는 사람은 어느 정도 효과를 볼 수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은 별 영향이 없겠지요. 탄수화물을 많이 먹으면서 다이어트를 한다는 것이 다소 이상하게 다가오기는 하지만요.

장기적으로 파세올라민을 복용했을 때의 효과나 부작용에 대해서는 연구가 없습니다. 특히 임산부나 수유 여성의 경우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았으므로 복용을 삼가야 하고, 의약품을 복용하는 경우 상호작용에 대해 의료 전문가와 상의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결론입니다. 그 어떤 전문가도 식이 보조제를 체중 감량의 주요 수단으로 추천하지 않습니다. 보조제는 말 그대로 어디까지나 보완적 수단으로써만 사용할 따름이죠. 만일 이러한 탄수화물 컷팅제들이 정말로 우리 몸의 탄수화물 흡수를 잘 막아주고 먹어도 살이 찌지 않게 해 주는 마법 같은 성분이라면, 적어도 선진국에서 비만율이 지금처럼 높아지지는 않았겠지요. 현실은? 지금도 수많은 사람들이 풍족한 음식으로 인해 발생한 비만, 당뇨, 심장병 등에 걸려 목숨을 잃고 있습니다. 그나마 최근에 새롭게 개발되는 비만 치료 약물들 소식이 들려오는데요. 좋은 신약이 나와서 사람들의 건강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길 바랄 뿐입니다.

 

참고: "나는 왜 살이 안 빠질까?" 생각하는 분들에게

참고: 맘껏 먹고 많이 움직여라? 그렇게는 살 못 뺍니다

참고: L-카르니틴, 진짜 다이어트에 도움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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