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건강정보

'태국 대마초 합법화' 무해하다고? 장기 사용하면 뇌에 악영향

by 비타로그 2022. 12. 17.

2022년 6월 9일부터 태국에서 대마초가 합법화되어 화제가 되었죠. 의료와 건강 목적에 한해 판매가 가능하다 하지만, 사실상 규제가 없어 길거리에서 대마 상품이 판매되는 것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대마초는 불법일 뿐만 아니라 뇌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어 주의해야 합니다.

 

태국에서의 대마초 합법화 상황

한국법은 속인주의이기 때문에, 당연하지만 태국 현지에서 대마초를 흡연하거나 함유 식품을 먹었더라도 한국에서 적발되면 처벌을 받을 수 있습니다. 대마 흡연, 섭취 등은 마약류관리법 제61조에 따라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진다고 합니다. 이에 따라 한국인 관광객들도 불안해하며 여행 전에 태국어로 "대마 빼주세요"가 뭔지 알아보는 일도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사실 태국에서 대마초 성분을 모르고 흡입하거나 섭취하게 될 일은 거의 없을 것 같습니다. 대마초 가격이 싸지 않은데 주문하지도 않은 사람에게 서비스로 턱턱 넣어주지는 않으니까요. 또 대마초 성분이 들어 있는 경우가 도리어 판매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메뉴 등에 명확하게 대마초 모양을 그려 넣거나 카나비스(cannabis), 깐차(kan-cha) 등으로 표기해서 제품에 대마 성분이 있음을 알리는 경우가 거의 대부분입니다. 대마초는 녹색 단풍잎과 비슷하게 생겼으므로 바로 알아볼 수 있습니다.

 

대마초-잎-사진

 

그러므로 대마초를 모르고 먹게 될까 걱정하기보다는 너무나 흔하게 판매되는 대마초의 유혹에 넘어가지 않게 주의할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현재 태국에서 대마초는 마약보다는 거의 약초 취급이라고 하니까요.

 

참고로 대마초를 흡입하거나 섭취한 경우 체내에 남은 성분은 2~4주 만에 배출되지만, 모발 검사를 통해서는 오래전에 투약했더라도 마약 사용 여부를 알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마약사범들은 삭발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래서 대머리인 사람들은 본의 아니게 공항에서 마약 검사를 받는 경우가 빈번하다고 합니다.

 

대마초는 무해하지 않다

처벌도 처벌이지만, 대마초가 사실상 무해하다는 인식은 이제 꽤 널리 퍼져 있는 것 같습니다. 태국만이 아니라 미국도 2022년 현재 22개 주가 의료용 대마초 법을 통과시켰고, 19개 주는 기호용 대마초를 합법화했습니다. 사실 대마초 성분은 소아 발작 장애, 메스꺼움, 구토, HIV/AID 환자의 식욕 부진과 같은 다양한 상태에 유익한(!) 효과를 내는 것으로 입증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대마초를 장기적으로 사용했을 때 정말로 해가 없는지는 불분명합니다. 한 가지 일관되게 나타나는 결과는 대마초를 장기간 상용했을 때 중년의 인지 능력에 악영향이 있다는 것입니다.

 

2022년 3월 미국 정신의학 저널(The American Journal of Psychiatry)에 게재된 연구에서는 대마초 사용이 뇌 기능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내기 위해 뉴질랜드에서 3~45세의 개인 1천 명을 면밀하게 추적했습니다. 연구팀은 대마초를 장기간(몇 년 이상), 고빈도로(주 1회 이상, 연구에서 대다수는 주 4회 이상 사용) 사용한 경우 여러 인지 영역에서 장애가 나타난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대마초를 장기간 사용한 경우 IQ가 어린 시절부터 평균 5.5포인트 감소했고, 대마초를 사용하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학습 및 처리 속도가 뒤처졌습니다. 특히 자주 사용할수록 인지 장애가 더 심해졌는데 이는 잠재적 인과 관계가 있음을 시사하는 것입니다.

 

또한 장기 대마초 사용자의 주변 사람들은 기억력과 주의력 문제가 나타난다는 것을 잘 관찰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이런 영향은 연구진이 다른 마약에 대한 의존성이나 유년 시절의 사회경제적 상태, 지능 등의 요인을 통제한 이후에도 나타났습니다. 대마초가 인지 장애에 미치는 영향은 술이나 담배 사용보다 더 컸습니다. 장기 대마초 사용자는 또한 해마(학습과 기억을 담당하는 뇌 영역)가 더 작았다고 합니다.

 

한편 흥미로운 것은, 대마초를 일주일에 한 번 미만으로 사용하고 의존성 발생 이력이 없는 사람은 대마초 관련 인지 장애가 나타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장기적인 인지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 기호용 대마초 사용도 있을 수 있다는 의미가 됩니다. 그러나 아직은 대마초와 인지 기능 사이의 연구가 초기 단계일 뿐이기 때문에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합니다.

 

대마초의 악영향에서 벗어나려면

대마초에서 향정신성과 잠재적 중독성을 나타내는 성분은 THC(테트라-9-테트라히드로칸나비놀)입니다. 히피들이 있었던 1970년대에는 대마 제품의 THC 함량이 1~4%에 불과했지만, 오늘날 대마초 제품에서는 15~30%이며 식품이나 베이프(전자담배)의 경우 더 농도가 더 높아질 수도 있다고 합니다. 그만큼 과거에 비해 부작용의 위험도 높아진 셈입니다.

 

대마초를 장기간 사용하면 브레인 포그(brain fog, 머리에 안개가 낀 듯한 느낌), 의욕 저하, 학습 장애, 주의력 장애 등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이런 증상은 대개 가역적이지만, THC 함량이 높은 제품을 사용하면 증상 발생 위험이 커질 수 있습니다.

 

하버드 의과대학에서 발행하는 하버드 헬스 퍼블리싱 블로그에서는 대마초 관련 증상이 나타날 경우 다음과 같이 대처하라고 조언하고 있습니다.

 

  • 천천히 용량을 줄이세요. 특히 대마초 금단 증상이 나타난 적이 있다면, 사용하는 대마초의 THC 함량이나 사용 빈도를 몇 주에 걸쳐 점차적으로 줄이는 것이 좋습니다.

  • 의사와 상담하세요. 대마초 외에 다른 의학적, 정신과적 요인이 작용할 수 있으므로 나타난 증상에 대해 의사와 이야기하는 것이 좋습니다. 의사는 대마초를 더 안전하고 불편하지 않게 줄여나갈 수 있게 도와줄 수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대부분의 환자는 대마초 사용에 대해 의사와 이야기하는 것을 불편해합니다.

  • 시간을 주세요. 대마초는 2~4주간 체내에 남아 있을 수 있으므로 복용량을 줄인 후 증상 개선이 나타나기까지 최대 한 달이 걸릴 수 있습니다.

  • 객관적인 인지 능력 검사를 해보세요. 뇌 기능을 알아보기 위해 검사용 앱 등 객관적인 테스트를 사용하는 것이 스스로 관찰하는 것보다 더 정확할 수 있습니다. 의료 전문가가 인지능력 평가를 도와줄 수 있습니다.

  • 대안적 활동을 고려하세요. 우리 뇌의 기능은 눈 색깔이나 발가락 수처럼 고정되어 있지 않습니다. 유산소 운동, 마음챙김, 명상 및 심리요법에 참여하면 장기적으로 인지 능력이 개선될 수 있습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