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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진스 'OMG' 뮤비 의미 해석

by 비타로그 2023. 1. 3.

 

1월 2일인 오늘 뉴진스의 신곡 'OMG'의 뮤직비디오가 릴리즈 되었습니다. 마지막에 유튜버인 침착맨(이말년)이 등장해서 뜻밖에 화제를 모으기도 했는데요. 오늘은 OMG 뮤직비디오 영상이 담은 의미에 대해 제 나름의 생각을 적어봅니다.

 

우선 뮤비 영상 속에서 뉴진스 멤버들은 각자 자신만의 망상증을 앓고 있는 것으로 나옵니다. 배경은 정신병원이고요. 각각 하니는 자신의 아이폰의 시리라고 생각하고, 해린은 고양이, 혜인은 동화 속 주인공(백설공주, 성냥팔이 소녀 등), 그리고 다니엘은 자신을 포함한 이들이 유명 아이돌인 뉴진스라고 생각하며 지금 뮤직비디오를 찍고 있는 게 보이지 않냐고 하지요. 이때 실제로 촬영 스태프들이 영상에 나오면서 제4의 벽을 와장창 깨는 것이 인상적입니다.

 

 

한편 민지는 자신이 의사라고 생각하고 있지만, 영락없이 다른 멤버들과 함께 구급차 안에 실리는 것을 보아 그녀 역시 자신이 의사라는 망상을 가지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실제 의사인 아저씨는 영상 속에 따로 있지요.

 

OMG 뮤직비디오의 주요 메시지는 모든 사람이 자신의 상상/이야기/망상을 통해 세상을 바라본다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누구나 어떤 세계관을 가지고 세상을 바라보며 살아가지만, 그것은 절대로 객관적일 수가 없죠. 모든 세계관은 어떻게 보면 그 사람만의 뇌피셜에 불과합니다. 우리는 나의 생각이 맞다고 강력하게 느끼지만, 망상증이 있는 정신질환자들 역시 세상을 보는 자신의 시각이 맞다고 강력하게 느낍니다. 따라서 '내가 맞다는 느낌' 그 자체는 아무것도 설명해 주지 못하는 것입니다.

 

뮤직비디오의 마지막 장면에서 카메라는 트위터를 통해 뮤직비디오에 이러쿵저러쿵 불만을 늘어놓는 한 누리꾼을 비춥니다. 민지가 그에게 다가와 '가자'고 합니다. 어디로요? 당연히 같이 병원으로 가자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모두가 자신만의 망상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환자들이니까요.

 

 

일각에서는 아이돌 팬을 정신병자 취급하는 것 아니냐, 기싸움 하자는 거냐 등등 불쾌감을 표시하기도 합니다만 제게는 그렇게 불편하게 느껴지지는 않았습니다. 특정 집단이나 아이돌 팬들만이 아니라 너와 나, 모든 사람이 그렇다는 이야기니까요.

 

마지막에 갑자기 수염을 단정하게 정리한 침착맨이 나와서 깜짝 놀란 분들이 많으실 텐데요. 이 장면에서 침착맨은 뉴진스 멤버들이 두고 간 낙서를 들고 유심히 보다가, 멀리 창밖에서 낙서 속의 곰(?)이 실제로 쿵쿵 소리를 내며 도시를 걷고 있는 것을 보게 됩니다.

 

 

이 장면은 무슨 뜻일까요? 아마도 침착맨의 역할은 뉴진스 멤버들의 이해자인 것 같습니다. 다른 누구도 이해하지 못하는 그녀들의 망상을 자신도 현실 속에서 볼 수 있었기 때문이죠.

 

침착맨은 성공한 유튜브 크리에이터입니다. 창작자는 항상 자신의 상상력을 친구이자 밥줄로 삼는 사람이고, 상상은 망상과 종이 한 장 차이입니다. 즉 뉴진스 멤버들을 환자로 만들었던 망상을, 침착맨은 도리어 이해하고 이용해서 세상에서 성공을 거둔 사람으로서 영상에 출연한 것이 아닐까요.

 

이것을 심리학에서는 승화(sublimation)라고 합니다. 부정적일 수 있었던 자신의 충동이나 에너지, 특성 등을 사회에서 받아들여지는 바람직한 형태로 바꾸어, 자신에게 도움이 될 수 있게 사용하는 것을 말합니다.

 

요컨대 뉴진스의 OMG 뮤직비디오는 모든 사람이 자신만의 망상을 가지고 살아가기에 정신질환자와 일반인의 경계를 명확하게 긋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한편으로는 그러한 망상이 많은 사람들을 즐겁게 하고 감동을 주는 창작의 원천이자 영감의 샘이기도 하다는 것을 은연중에 보여주는 셈입니다.

 

한편 빼놓을 수 없는 OMG 뮤직비디오의 또 한 가지 주제를 보여주는 것이 앞부분에서 나오는 하니의 독백 파트입니다. 하니의 독백을 아래에 옮겨 보겠습니다.

 

처음에는 혼란스럽기만 했습니다. 내가 누군지 여기가 어딘지 알 수 없었어요. 남들이 이야기하는 나와 진짜 내가 헷갈리기 시작했어요.

하지만 겨우 그 답을 찾았어요. 사실 저는 아이폰이었습니다.

저는 당신을 위해 존재합니다. 당신이 부르면 언제 어디라도 달려갈 거예요. 당신이 보고 싶어 하는 것을 보여주고 당신을 위해 말하고 당신을 위해 노래할 거예요. 당신이 제게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제 머릿속은 항상 이 질문으로 가득합니다. (...) 제가 누구인지는 이제 중요하지 않아요. 저는 당신을 위해 존재합니다.

 

진짜 시리 목소리로 대답하는 하니

 

이것이 무슨 의미인지는 금방 알 수 있지요. 뉴진스 멤버들은 미성년자이거나 이제 막 성인이 된 나이입니다. 가장 예민한 나이에 대중의 시선에 노출되고, 연출자의 의도에 따라 이미지를 만들어 가려다 보면 정체성의 혼란은 겪을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이 파트에서 뉴진스 멤버에 대한 걱정이 어린 제작자의 시선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뉴진스 제작을 총괄한 어도어의 민희진 대표는 인터뷰에서 아래와 같은 이야기를 한 적이 있습니다. 출처는 비애티튜드입니다.

 

직접적으로 대중에게 노출된 분야에서 일하다 보니 디렉터로서 각종 고단함이 있었어요. 일관적이지 않은 잣대도 경험해봤고요. 혹평일 땐 무조건적인 개인 탓을 하다가도 호평이면 ‘혼자 했겠어?’ 한다든지. 그래도 이런 일들은 디렉터의 숙명이라고 생각해서 받아들여왔어요. 총괄 책임자는 찬사도 비평도 대표로 받기 마련이니까요.

하지만 근거 없는 소문은 정신을 피폐하게 해요. 제가 겪는 사회와 세상일 대부분이 씨실과 날실처럼 복잡한 과정과 이유로 엮여 있어요. 단번에 한마디로 요약이 어렵고, 누군가를 단순히 단죄하기 힘든 경우가 대부분이죠. 이런 복잡미묘한 레이어를 단숨에 납작하게 눌러버리는 것만큼 잔인한 일도 없다고 생각해요. 꼭 저의 일 때문만이 아니라 모두를 위한 건강한 사회를 위해서, 잘 모르는 일에 대해 함부로 얘기하지 않는 문화가 정착되길 간절히 바랍니다.

 

이런 민희진 대표의 마음이 뮤비 속에도 담긴 것은 아닐까 짐작해 봅니다. 결국 OMG 뮤비 속 하니의 독백은 거꾸로 "아이돌이라 해도 마음을 가진 사람이다. 우리가 당신만을 위해 존재하는 도구는 아니다"라는 자기 주장이라고 보아도 무방하겠죠. 

 

이렇게 해서 뉴진스 신곡 OMG의 뮤직비디오 영상에 대한 의미를 제 나름대로 정리해서 풀어 보았습니다. 개인적인 해석이므로 제작자의 의도와는 다를 수 있다는 점을 덧붙여 말씀드립니다. 오늘도 좋은 하루 보내세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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