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etc

테슬라 AI 총괄이 바라보는 LLM의 현재와 미래

by 비타로그 2025. 6. 20.

인공지능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다면, '안드레이 카파시(Andrej Karpathy)'라는 이름을 한 번쯤 들어보셨을지도 모릅니다. 그는 스탠포드에서 AI 박사 학위를 받고, OpenAI의 창립 멤버로 활약했으며, 테슬라의 AI 총괄 디렉터로서 자율주행 기술을 이끌었던, 그야말로 이 분야의 살아있는 전설과 같은 인물이지요.

 

그런 그가 최근 '소프트웨어는 다시 한번 변하고 있다'라는 주제로 강연을 진행하며 LLM이 바꿔놓을 미래에 대한 놀라운 전망을 내놓았습니다. 아래 이미지는 그 내용을 간략하게 정리한 것입니다.

 

 

이 강연에서 나타난 그의 통찰은 우리가 '소프트웨어'라고 부르는 것의 본질, 기술이 사회에 퍼지는 방식, 심지어 인간과 AI의 협업 관계까지 재정의하고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카파시가 제시한 미래의 청사진을 한 걸음 더 깊이 들여다보려 합니다. 먼저 그의 핵심 주장을 원문 그대로 살펴본 뒤, 그 안에 숨겨진 의미를 차분하고 섬세하게 파헤쳐 보겠습니다.

 

세 가지 소프트웨어 패러다임

  • 소프트웨어 1.0: 전통적인 코드
  • 소프트웨어 2.0: 신경망 (Neural Networks)
  • 소프트웨어 3.0: LLM 프로그래밍

 

[해설] 소프트웨어의 역사를 새로 쓰다

카파시는 소프트웨어의 진화 과정을 세 개의 막으로 나누어 설명합니다. 첫 번째, '소프트웨어 1.0'은 우리가 흔히 아는 프로그래밍의 세계입니다. 개발자가 컴퓨터에게 "만약 A이면 B를 하고, 아니면 C를 하라"와 같이 모든 규칙과 논리를 명시적으로 코드로 작성하는 방식이지요. 이는 마치 아주 상세한 요리 레시피를 한 줄 한 줄 적어 내려가는 것과 같습니다.

 

하지만 '소프트웨어 2.0'의 시대가 열리며 규칙은 바뀌었습니다. 바로 딥러닝과 신경망의 등장 덕분입니다. 개발자는 더 이상 모든 규칙을 코딩하지 않습니다. 대신 수백만 장의 강아지 사진을 보여주며 "이것이 바로 강아지야"라고 '가르칩니다'. 즉, 데이터로 소프트웨어를 훈련시키는 셈입니다. 레시피를 쓰는 대신, 수많은 미식가의 평가 데이터를 학습해 '맛있는 요리'의 패턴을 스스로 깨우치게 하는 방식과 비슷하지요.

 

그리고 지금, 우리는 '소프트웨어 3.0'의 문턱에 서 있습니다. LLM 프로그래밍 시대입니다. 이제 우리는 복잡한 코드나 방대한 데이터셋 대신, 인간의 '자연어'를 사용해 소프트웨어를 조종합니다. "여행 계획을 짜줘" 혹은 "이 글의 분위기를 더 전문가처럼 바꿔줘"라고 말하는 것만으로 프로그램이 작동하는 시대. 프로그래밍의 패러다임이 '코딩'에서 '대화'와 '지시'로 넘어가고 있다는 선언입니다.

 

운영체제로서의 LLM

  • LLM은 새로운 운영체제(OS)와 같습니다.
  • 우리는 LLM 연산 비용이 여전히 매우 비싼 1960년대에 와 있습니다.
  • LLM이 멈추면 전 세계에 '지능 정전(intelligence brownout)'이 발생하는 것과 같습니다.
  • 기술 확산이 뒤집혔습니다. 기업이 아닌 소비자가 도입을 주도하고 있습니다.

 

[해설] 컴퓨터의 두뇌, 그 이상

LLM을 그저 똑똑한 챗봇 정도로 생각했다면, 이 비유는 충격적일 수 있습니다. 카파시는 LLM을 컴퓨터의 모든 자원을 관리하는 '운영체제(OS)'에 비유합니다. 윈도우나 macOS가 하드웨어를 제어하고 응용 프로그램을 실행하는 플랫폼인 것처럼, LLM은 '지능'이라는 새로운 자원을 배분하고 관리하는 거대한 플랫폼이 될 것이라는 예측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아직 그 혁명의 극초기 단계에 있습니다. 카파시는 지금을 1960년대에 비유합니다. 당시의 컴퓨터가 거대한 방을 가득 채우고 엄청난 비용을 자랑했던 것처럼, 지금의 LLM 역시 막대한 컴퓨팅 자원과 비용을 소모하지요. 이 비유는 앞으로 기술이 얼마나 더 발전하고 저렴해질 수 있는지 그 가능성을 암시합니다.

 

‘지능 정전’이라는 표현은 또 어떤가요? 전기가 끊기면 사회가 마비되듯, 미래에는 LLM 서비스가 중단되는 것이 사회 전체의 지능이 일시적으로 멈추는 것과 같은 충격을 줄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벌써부터 우리는 LLM 없이는 보고서 쓰기나 코딩이 어려운 시대를 맞이하고 있지 않나요?

 

마지막으로, 기술이 퍼지는 방식이 과거와는 정반대라는 점도 흥미롭습니다. PC, 인터넷, 스마트폰 등 대부분의 기술은 기업에서 먼저 도입하고 이후에 대중에게 확산되었습니다. 하지만 챗GPT와 같은 LLM 서비스는 일반 소비자들이 먼저 열광적으로 사용하며 유행을 이끌었고, 오히려 기업들이 허겁지겁 따라가는 모양새입니다. 기술 혁신을 주도하는 힘이 기업에서 개인으로 넘어왔다는 중요한 신호입니다.

 

LLM 심리학

  • 사람 영혼(People spirits): 사람에 대한 확률적 시뮬레이션입니다.
  • 인간의 텍스트로 훈련되어 인간과 유사한 심리가 나타납니다.
  • 들쭉날쭉한 지능을 보입니다. 어떤 분야에서는 초인적이지만, 다른 분야에서는 기본적인 실수를 합니다.
  • 선행성 기억상실증(anterograde amnesia)을 겪습니다. 컨텍스트 창(context window)이 작동 기억(working memory)일 뿐입니다.

 

[해설] 천재인가, 기억상실증 환자인가

카파시는 LLM의 작동 방식을 인간의 '심리'에 빗대어 설명합니다. LLM은 특정 인물이나 페르소나를 '연기'하는 것에 가깝습니다. 인터넷에 존재하는 수많은 사람들의 글을 학습했기에, 마치 그 사람들의 영혼을 통계적으로 시뮬레이션하는 것처럼 보인다는 것이죠. 이 때문에 때로는 놀랍도록 인간적인 반응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 지능은 매우 '들쭉날쭉'합니다. 복잡한 과학 논문을 순식간에 요약하는 초인적인 능력을 보여주다가도, 간단한 덧셈 뺄셈을 틀리는 어이없는 실수를 저지릅니다. 이는 LLM의 지능이 인간처럼 체계적으로 쌓아 올려진 것이 아니라, 데이터의 패턴을 확률적으로 예측하는 데서 비롯되기 때문입니다.

 

가장 핵심적인 통찰은 바로 '선행성 기억상실증'입니다. 이는 새로운 기억을 형성하지 못하는 증상을 말하는데요. LLM에게는 대화를 기억하는 능력, 즉 '컨텍스트 윈도우'가 있습니다. 하지만 이 창의 크기는 제한적이어서, 대화가 길어지면 앞선 내용을 까맣게 잊어버립니다. 우리와 대화를 통해 무언가를 배우고 성장하는 것이 아니라, 매 순간 주어진 단기 기억(컨텍스트) 안에서만 반응할 뿐이라는 사실. 이것은 우리가 LLM을 활용할 때 반드시 알아야 할 명백한 한계입니다.

 

자율적인 미래

  • 완벽한 자율주행 첫 데모는 2013년이었지만, 12년이 지난 지금도 개발 중입니다.
  • "2025년은 에이전트의 해"라는 말을 들으면 우려됩니다. 지금은 '에이전트의 10년'입니다.
  • 소프트웨어는 정말 까다롭고, 인간의 개입(human in the loop)이 필요합니다.
  • '자율성 슬라이더'가 있는 부분적 자율성 제품에 집중해야 합니다.

 

[해설] 완전 자율을 향한 멀고 험한 길

테슬라에서 자율주행 기술 개발을 이끌었던 그의 경험이 녹아있는 부분입니다. 그는 AI의 완전 자율성에 대한 과도한 기대를 경계합니다. 2013년에 이미 완벽해 보였던 자율주행 기술이 99%의 문제를 해결했지만, 나머지 1%의 예외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10년이 넘는 시간을 쏟아붓고 있다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는 것이지요.

 

따라서 "올해는 AI 에이전트의 해"와 같은 섣부른 선언은 위험하다고 말합니다. 단기간에 모든 것을 해결해 줄 마법 같은 AI 에이전트가 등장하기보다는, 앞으로 10년 이상 꾸준히 발전하며 인간의 삶에 스며들 것이라는 장기적인 관점을 제시합니다.

 

여기서 등장하는 '자율성 슬라이더'라는 개념이 정말 탁월합니다. AI의 자율성을 단순히 켜고 끄는 스위치가 아니라, 사용자가 라디오 볼륨을 조절하듯 0부터 100까지 자율성의 수준을 직접 조절할 수 있게 하자는 아이디어입니다. 예를 들어 이메일 초안 작성은 AI에게 90% 맡기지만, 최종 발송 결정은 0%로 설정해 반드시 사람의 승인을 받게 하는 식이지요. 이는 AI에게 통제권을 빼앗길지 모른다는 사람들의 두려움을 해소하고, 기술을 신뢰하며 점진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게 만드는 매우 현실적인 해법이 될 것입니다.

 

바이브 코딩 혁명

  • 갑자기 모든 사람이 프로그래머가 됩니다. 모두가 자연어를 사용하기 때문입니다.
  • 예전에는 소프트웨어를 만들기 위해 5~10년의 공부가 필요했지만, 더 이상은 아닙니다.
  • 코딩은 쉬운 부분이 되고, 데브옵스(DevOps, 개발·운영) 관련 작업은 여전히 느립니다.

 

[해설] 이제 코딩은 '느낌'으로 한다

마지막으로 카파시는 '바이브 코딩'이라는 개념을 통해 코딩의 미래를 이야기합니다. '바이브 코딩'이란, 정확한 문법에 맞춰 코드를 짜는 대신 "이 버튼을 좀 더 생동감 있는 느낌으로 만들어줘" 와 같이 원하는 '분위기(Vibe)'나 '느낌'을 자연어로 전달해 코딩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LLM이 우리의 말을 알아듣고 코드로 번역해주는 것이지요.

 

이것이 현실화되면, 코딩은 더 이상 소수 전문가의 영역이 아니게 됩니다. 아이디어만 있다면 누구나 말로 설명해서 자신만의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는, 진정한 '1인 1소프트웨어' 시대가 열리는 셈입니다.

 

하지만 카파시는 여기서도 현실적인 조언을 잊지 않습니다. 코드를 짜는 것은 전체 과정의 일부일 뿐, 완성된 소프트웨어를 세상에 내놓고 안정적으로 운영(배포, 관리, 확장)하는 '데브옵스'의 영역은 여전히 복잡하고 어려운 과제로 남는다는 것입니다. 이는 마치 누구나 멋진 시나리오를 쓸 수 있게 되었지만, 그 시나리오를 영화로 만들고 배급하는 과정은 여전히 전문가의 손길이 필요한 것과 같습니다.

 

안드레이 카파시의 놀라운 전망은 기술이 만들어낼 새로운 사회의 규칙과 가능성, 그리고 우리가 마주할 새로운 과제들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의 통찰을 길잡이 삼아 다가오는 소프트웨어 3.0 시대를 한발 앞서 준비해 보는 것은 어떨까요?

 

참고: [추천] 강력한 무료 PNG↔WebP 변환기 '웹플리파이드'

참고: OpenAI 샘 알트만(Sam Altman)의 생산성 높이는 팁 정리

참고: '피부 건강' 핵심 영양제 성분 TOP 6 정리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