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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다이슨·무인양품의 공통점? '디터 람스'의 좋은 디자인 10계명

by 비타로그 2025. 6. 14.

혹시 애플의 아이폰, 다이슨의 청소기, 그리고 무인양품의 소박한 문구류를 한자리에 모아두고 본 적 있으신가요? 언뜻 보면 국적도, 제품의 종류도, 가격대도 전혀 다른 이 브랜드들 사이에서 어떤 공통점을 찾기란 쉽지 않아 보입니다. 하지만 이질적으로 보이는 이 제품들 사이에는 사실 아주 분명한 연결고리가 존재합니다.

 

그것은 바로 디자인에 대한 '태도'입니다. 그리고 그 태도는 한 사람의 철학으로부터 깊은 영감을 받았지요. 전설적인 산업 디자이너, 디터 람스(Dieter Rams)가 바로 그 주인공입니다.

 

디터 람스

 

‘더 적게, 그러나 더 좋게’  디터 람스는 누구?

디터 람스는 1955년부터 1997년까지, 무려 4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독일의 가전 회사 브라운(Braun)의 디자인 팀을 이끌었던 인물입니다. 그는 "Weniger, aber Besser" (더 적게, 그러나 더 좋게 / Less, but Better)라는 자신의 디자인 철학을 바탕으로 수많은 명작을 남겼습니다. 그의 디자인은 불필요한 모든 것을 덜어내고, 제품의 본질적인 기능과 사용자의 경험에만 오롯이 집중하는 것이 특징이지요.

 

그가 1970년대에 정립한 '좋은 디자인을 위한 10계명'은 반세기가 지난 오늘날까지도 전 세계 디자이너들에게 성경처럼 여겨지며, 위대한 브랜드들의 철학적 뿌리가 되고 있습니다. 과연 어떤 내용일까요?

 

디터 람스의 좋은 디자인을 위한 10계명

  1. 좋은 디자인은 혁신적이다. (Good design is innovative.)
  2. 좋은 디자인은 제품을 유용하게 한다. (Good design makes a product useful.)
  3. 좋은 디자인은 아름답다. (Good design is aesthetic.)
  4. 좋은 디자인은 제품을 이해하기 쉽게 한다. (Good design makes a product understandable.)
  5. 좋은 디자인은 정직하다. (Good design is honest.)
  6. 좋은 디자인은 불필요한 관심을 끌지 않는다. (Good design is unobtrusive.)
  7. 좋은 디자인은 오래 지속된다. (Good design is long-lasting.)
  8. 좋은 디자인은 마지막 디테일까지 철저하다. (Good design is thorough down to the last detail.)
  9. 좋은 디자인은 환경을 생각한다. (Good design is environmentally friendly.)
  10. 좋은 디자인은 가능한 한 최소한으로 디자인한다. (Good design is as little design as possible.)

 

가장 명백한 계승자, 애플(Apple)

디터 람스의 철학을 가장 직접적으로 계승한 브랜드는 단연 애플입니다. 애플의 전설적인 최고 디자인 책임자였던 조너선 아이브(Jony Ive)는 공공연하게 디터 람스에 대한 존경심을 표하며, 자신이 그에게서 엄청난 영향을 받았음을 숨기지 않았지요.

 

실제로 브라운의 1958년작 T3 포켓 라디오는 아이팟의 상징적인 클릭휠 인터페이스에 직접적인 영감을 주었고, 브라운의 ET66 계산기는 아이폰의 초기 계산기 앱 디자인과 놀라울 정도로 닮아있습니다. 이는 단순한 모방이 아니라, "제품을 이해하기 쉽게 하고(4번)", "불필요한 관심을 끌지 않으며(6번)", "최소한으로 디자인한다(10번)"는 람스의 철학을 현대 기술로 완벽하게 재해석한 결과물입니다.

 

혁신으로 증명하다, 다이슨(Dyson)

다이슨의 창업자 제임스 다이슨은 엔지니어 출신의 발명가입니다. 그의 접근 방식은 "좋은 디자인은 혁신적이다(1번)"라는 첫 번째 계명과 완벽하게 일치합니다. 그는 기존의 먼지 봉투 방식 청소기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보이지 않던 기술(사이클론)을 밖으로 꺼내 보여주는 혁신을 택했습니다.

 

왜 다이슨의 청소기는 내부가 훤히 보이는 투명한 먼지 통을 고집할까요? 이는 "좋은 디자인은 정직하다(5번)"는 원칙의 탁월한 예시입니다. 제품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솔직하게 보여주고, 언제 먼지 통을 비워야 하는지 사용자가 직관적으로 알게 합니다. 이처럼 다이슨의 디자인은 제품의 핵심 기능을 미학적으로, 그리고 정직하게 드러내는 데 집중합니다.

 

비움으로 채우다, 무인양품(Muji)

무인양품(無印良品), 즉 '브랜드가 없는 우수한 제품'이라는 이름 자체에 디터 람스의 철학이 녹아 있습니다. 무인양품의 디자인은 "좋은 디자인은 불필요한 관심을 끌지 않는다(6번)"는 원칙의 정수와도 같지요. 화려한 로고나 장식을 모두 덜어내고, 제품 본연의 기능과 소재의 느낌에만 집중합니다.

 

사용자는 무인양품의 제품을 통해 브랜드가 아닌 '쓰는 행위' 그 자체에 집중하게 됩니다. 이는 "최소한으로 디자인한다(10번)"는 원칙과도 깊이 연결됩니다. 무인양품은 디자인을 통해 스스로를 내세우기보다, 사용자의 삶에 조용히 스며들어 배경이 되어주는 것을 선택한 셈입니다.

 

결국 디터 람스의 철학이 반세기가 넘도록 시대를 초월하여 사랑받는 이유는, 그것이 겉모습의 스타일링이 아닌 '본질'과 '사용자'에 대한 깊은 존중에서 출발하기 때문입니다. 그의 디자인은 우리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던집니다. 이것이 정말 필요한가? 이것이 정직한가? 이것이 사람을 위한 것인가? 그리고 애플, 다이슨, 무인양품은 각자의 방식으로 그 질문에 훌륭하게 답하며, 우리에게 오랫동안 사랑받는 제품들을 선물하고 있는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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