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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정보

찬물샤워(냉수욕) 3일차 후기: 새로운 건강법!

by 비타로그 2022. 12. 5.

얼마 전에 읽은 책 중에 애나 렘키의 <도파민네이션>이 있습니다. 도파민과 중독, 쾌락, 고통에 대한 여러 사례와 배울 점들을 담은 책이에요. 그런데 그중에 냉수욕에 대한 내용이 있어서 당장 시작해 보았습니다. 제가 이런 건 배우는 대로 바로바로 실천해 보는 편이거든요. (ㅋㅋㅋㅋ)

책에는 코카인과 알코올에 중독되었던 마이클이라는 남자의 이야기가 아래와 같이 나옵니다.

 

(...) 그러다가 그는 자신에게 희망을 주는 무언가를 우연히 발견했다.

"처음에 그 일은 우연이었어요. 아침에 일어나서 테니스 레슨을 받곤 했는데... 약을 끊은 초기에 주의를 딴 데로 돌리려고 그랬죠. 하지만 테니스를 치고 샤워를 한 지 한 시간이 지나도 땀을 계속 흘렸어요. 이 이야기를 테니스 코치한테 했더니, 찬물로 샤워를 해보라는 거예요. 찬물 샤워는 조금 고통스럽긴 했지만 이내 몸이 적응했어요. 그렇게 샤워하고 나오면 기분이 엄청 좋았죠. 맛이 기막힌 커피 한 잔을 마신 듯했죠.

(...) 아침마다 얼음물에 5분에서 10분 정도 들어가 있다 나오고, 자기 전에 그걸 또 하는 습관이 생겼어요. 3년 동안 매일 그렇게 했어요. 제가 회복한 비결이었죠."

(...) "처음 5초에서 10초 동안엔 온몸이 비명을 지르죠. (...) 그렇게 충격을 받고 나면 피부가 무감각해져요. 그러고 있다가 나온 직후엔 기분이 정말 끝내줘요. 약을 했을 때와 똑같아요. 엑스터시나 재미로 비코딘을 했을 때의 느낌처럼 말이죠. 몇 시간 동안 기분이 참 좋아요."

 

약을 하지 않아도 엑스터시(마약)를 한 것과 비슷할 정도로 좋은 기분을 얻을 수 있고, 게다가 중독도 되지 않는다면 댕이득 아닌가요? (ㅋㅋㅋㅋ)

그런데 얼음물 입욕이 이렇게 짜릿한 기분을 가져다 주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저자 애나 렘키 교수는 우리 머릿속 쾌락과 고통의 균형으로 이 현상을 설명합니다. 신경과학자들은 도파민의 발견과 더불어서 쾌락과 고통이 뇌의 같은 영역에서 처리되고, 서로 대립 관계를 가지고 있다는 걸 알아냈다고 해요. 우리 뇌에 저울이 하나 있다고 생각해 보시면 쉬울 거예요.

 

저울을-들고-눈을-가린-여신의-동상


입이 심심할 때 설탕이 든 과자 한 개를 집어먹으면 맛있겠지만, 설탕 한 병을 계속 퍼먹으면 맛있긴커녕 혀가 얼얼하고 속이 느글거리겠지요. 이처럼 불건전한 방식으로 쾌락 자극을 계속 추구하다 보면 뇌의 저울은 고통 쪽으로 기울게 됩니다. 같은 대상에 대해 느끼는 쾌락은 줄어들고 약해지고 짧아지는 반면, 고통 쪽으로 나타나는 반응은 갈수록 강하고 길어져요. 이것을 과학에서는 신경 적응neuroadaptation이라고 부릅니다.

중독이란 이처럼 뇌의 저울이 고통 쪽으로 기울어서 그저 평범한 기분(수평 상태)이 되고 싶을 뿐인데도 중독의 대상이 없어서는 안 되게 된 상태를 의미합니다. 그 대상이 무엇이든(술, 담배, 마약, 포르노, 도박, 게임, 연애...) 기전은 똑같아요.

물론 한동안 그 대상을 끊으면 금단 증상으로 괴롭긴 해도 뇌가 차차 평형 상태를 찾을 수 있게 됩니다. 뇌가 중독 대상이 없는 상황에 다시 적응할 수 없을 정도로 망가지지만 않았다면 말이에요.

 

눈을-감고-샤워기-물을-맞는-수염난-근육질-남성


그러면 이때 냉수욕의 역할은 무엇일까요? 바로 쾌락과 고통의 저울에서 고통 쪽을 살짝 눌러주는 것입니다. 영구적인 손상이 남지 않을 정도로 가볍게 스트레스를 가하는 거죠. 그러면 뇌는 어떻게 반응할까요? 고통 쪽으로 기운 저울을 다시 되돌리고 신경 설정값을 리셋하기 위해 기쁨의 신경전달물질을 내보내는 것입니다.

 

 연구자들이 혈액 샘플을 살펴본 결과, 찬물 입욕은 혈장의 도파민 농도를 250%, 노르에피네프린 농도를 530% 증가시켰다.

도파민은 찬물 목욕 중에 꾸준히 증가했고, 목욕을 끝낸 후에도 한 시간 동안 증가 상태를 유지했다. 노르에피네프린은 처음 30분 동안 가파르게 증가한 다음 나머지 30분 동안 정체 상태를 유지했는데, 목욕이 끝난 한 시간 동안 약 3분의 1로 줄었지만 두 시간이 지나서도 기준치를 넘어선 상태를 유지했다. 도파민과 노르에피네프린의 수치는 고통 자극 자체를 잊어먹을 만큼 잘 유지되었다. 이는 마이클이 "나온 직후엔 ... 몇 시간 동안 기분이 참 좋아요"라고 한 발언을 뒷받침한다.

​(...) 극한 추위는 신경전달물질의 범위를 넘어서 뉴런의 성장까지 촉진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뉴런이 제한된 상황에만 반응해 미세조직을 바꾼다고 알려진 만큼, 이는 정말 주목할 만한 발견이다.

애나 렘키 <도파민네이션>


도파민은 많이들 아시다시피 우리의 기쁨이나 동기부여와 관련된 신경전달물질이고요. 노르에피네프린은 도파민보다는 덜 유명하지만 역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동물의 경우 노르에피네프린이 증가하면 스트레스에 대한 저항성이 커지고, 충격적인 사건에서 회복하는 능력이 개선된다. 노르에피네프린은 또 뇌에서 항염 작용을 하고, 알츠하이머병 초기에 영향을 받는 뇌 부위를 강화할 수도 있다고 알려졌다. (...) 연구원들은 쥐 실험에서 노르에피네프린 분비를 촉진하면 염증과 과도한 자극으로부터 뉴런을 보호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밝혔다.

맥스 루가비어, 폴 그레왈 <천재의 식단>

 

샤워를-끝내고-누워서-스마트폰을-보는-여성


​우리가 살아가는 현대 사회는 인간이 진화해온 대부분의 기간보다 훨씬 도파민 자극이 강합니다. 유튜브, SNS, 게임, 풍족한 음식, 알코올과 담배 등등 중독의 대상이 될 수 있는 것이 아주 널려있다시피 해요. 이는 마치 매일 비가 내리는 열대 정글에 선인장을 심어둔 상황과 같습니다. 본래 인류는 이런 자극에 잘 대응하도록 진화하지 않았다는 뜻이에요.

따라서 쾌락과 고통의 균형을 재설정하기 위해 약간의 고통을 활용하는 것이 유익한데, 몇 분간의 냉수 샤워가 훌륭한 해결책 중 하나가 된다는 것입니다.

 

얼음물 입욕의 이점을 우연히 발견한 마이클의 사례는 저울의 고통 쪽을 누르는 게 어떻게 반대쪽의 결과를 이끌어내는지를 보여준다. 쾌락 쪽을 누르는 것과 다르게, 고통이 야기한 도파민은 간접적이고 어쩌면 더 오래 지속될지도 모른다.

​(...) 고통에 간헐적으로 노출되면 본연의 쾌락 설정값은 쾌락 쪽에 무게가 더 실린다. 그렇게 되면 인간은 시간이 갈수록 고통에 덜 취약해지고, 쾌락은 더 잘 느낄 수 있게 된다.

애나 렘키 <도파민네이션>

 



그런데 냉수욕의 이점은 여기에 그치지 않습니다. 우리의 신경 설정값을 재설정하는 것만이 아니라 건강에도 크나큰 이득을 가져다주거든요.

 

우리 뇌에는 흥분과 진정을 조절하는 두 가지 중요한 물질이 있는데, 그 이름은 글루타메이트Glutamate와 가바GABA라고 합니다. 저온 충격이 이 두 가지 물질의 균형을 잡아주는 데 탁월한 효과가 있다고 해요.

가바GABA는 뇌에서 억제성을 관장하는 주요 신경전달물질로, 뇌 전체 시냅스의 30~40%에서 사용된다. 안정 효과가 있어 '자연의 바륨Valium(신경안정제)'이라는 별명으로 불리며 최고의 흥분성 신경전달물질인 '글루타메이트Glutamate'에 반대되는 물질이다. 따라서 가바는 음(-), 글루타메이트는 양(+)에 비유할 수 있다. 이 두 가지 신경전달물질은 뇌에서 가장 큰 비율을 차지하며 각성, 불안, 근육 긴장, 기억 기능의 조절과 관련이 있다.

글루타메이트가 너무 많아질 경우 흥분독성excitotoxicity이 생겨서 신경 세포에 해로울 수 있다. (...) 참고로 대표적인 치매약 두 가지 중 하나는 글루타메이트와 관련한 흥분 독성을 줄이는 약물이다. (...) 가바는 뇌의 전반적인 흥분성을 억제한다. 흔히 진정제라 불리는 항불안제는 가바의 효력을 강화하고, 동시에 글루타메이트를 억제한다. 문제는 이런 약물이 중독성이 강하고 여러 가지 부작용이 동반된다는 점이다.

명상, 요가, 심호흡은 가바를 높이는 아주 훌륭한 방법이다. 또 찬물로 샤워를 하거나 아주 낮은 온도의 질소가스 탱크에 약 3분간 들어가 있는 냉동 요법 등을 통해 저체온 상태를 만드는 것도 글루타메이트와 가바의 균형을 정상화하는 대단히 효과적인 방법이다.

맥스 루가비어, 폴 그레왈 <천재의 식단>


뿐만 아니라 신체를 저온에 노출시키는 것은 장수 유전자를 활성화시키고, 몸에 좋은 갈색 지방의 비율을 늘리는 좋은 방법이기도 하답니다.

 

(...) 여기서 착안할 수 있는 한 가지 중요한 사항이 있다. 바로 세포를 손상시키지 않으면서 장수 유전자들을 활성화할 수 있는 스트레스 요인이 많다는 사실이다. 특정한 유형의 운동, 간헐적 단식, 저단백질 식단, 고온과 저온 노출 등이 그렇다. (...) 이렇게 약한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 몸이나 세포가 반응해 활성을 띠는 현상을 "호르메시스hormesis"라고 한다.

(...) 몸을 편안하지 않은 온도에 노출시키는 것이 장수 유전자를 켜는 매우 효과적인 방법이기 때문이다. (...) 저체온증은 건강에 좋지 않다. 동상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소름, 딱딱거리는 이, 떨리는 팔은 위험한 상태가 아니다. 그저 시드니에 있지 않다는 표시다. 그런 상태를 충분히 자주 겪을 때 우리 장수 유전자는 건강한 (갈색) 지방을 추가로 주문하는 데 필요한 스트레스를 얻는다. (...) 우리 유전자는 안락하기 그지없는 삶에 맞게 진화한 것이 아니다. 이따금씩 호르메시스를 유도하는 약한 스트레스는 큰 도움이 된다.

데이비드 싱클레어 <노화의 종말>


정리하면 냉수욕으로 우리 몸을 저온에 노출시킬 때의 이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 즉시 기분이 좋아지고, 몇 시간 동안 유지된다
  • 장기적으로 고통은 덜 느끼고, 쾌락은 더 잘 느끼게 된다
  • 뇌의 염증을 막고 뇌세포를 보호할 수 있다
  • 글루타메이트와 가바 균형이 최적화된다
  • 비만을 막아주는 갈색 지방이 증가한다
  • 장수 유전자가 활성화되어 수명이 늘어난다


음... 정말 굉장하군요. 이쯤 되면 찬물 샤워를 안 하는 게 이상한 것 아닐까요? 😂

물론 찬물을 맞는 게 아주 쉬운 일은 아니에요. 저도 심장이 놀라지 않게 팔다리부터 적응시킨 다음 각오를 굳히고(!) 몸통으로 가는데 처음 몇 초 동안은 크아악 크아아악 하는 느낌으로 괴롭습니다. (ㅋㅋㅋㅋㅋ) 그래도 딱 그 몇 초뿐이고, 그다음은 그냥 시원하다 느껴져요. 더운 계절에는 훨씬 더 쉬워지겠죠.


그렇게 찬물 샤워를 하고 나오면 뇌를 꺼내서 씻어놓은 것처럼 머리가 아주 맑고 기분이 상쾌해집니다. 이렇게 좋다는 걸 알게 된 이상, 앞으로도 매일 루틴에 찬물 샤워를 포함시키게 될 것 같아요!

그럼 도움 얻으시는 분이 있길 바라며 글을 맺습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감사합니다. 😚

 

참고: 겨울철 실내온도 낮추고 건강해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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