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근래 과학 철학계에서 흥미로운 화제가 되고 있는 시뮬레이션 우주 가설에 대해 알아보고자 합니다. 철학자 닉 보스트롬을 비롯한 일부 사상가들이 제기한 이 가설은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계가 실재하는 물질세계가 아니라 미래 문명이 만들어낸 고도의 시뮬레이션 프로그램 속의 가상현실일 수 있다는 내용입니다.
1. 시뮬레이션 우주 가설이란?
시뮬레이션 가설에 따르면 우리가 인식하는 현실 세계가 실은 초고도로 발전한 컴퓨터 시뮬레이션 속의 가상 현실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우리 인간을 포함한 현실 세계의 모든 대상은 물리적 실체가 아니라 프로그래밍된 코드의 산물일 뿐입니다. 마치 거대한 가상 게임 속의 아바타처럼 말이죠.
이 시뮬레이션을 만들어낸 주체는 미래의 문명일 가능성이 큽니다. 스웨덴 출신 철학자 닉 보스트롬은 2003년 논문에서 먼 미래의 인류 후손이 초고성능 컴퓨터로 조상의 역사를 시뮬레이션하는 상황을 상정했습니다. 이때 시뮬레이션 속 존재에게 인공 의식이 부여된다면, 우리 자신도 원형 종족이 아닌 그 시뮬레이션 속 피조물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죠.
한편 데이비드 챌머스 같은 철학자는 그 시뮬레이션의 개발자를 일종의 신으로 간주했습니다. 단, 전통적 의미의 전지전능한 신은 아니고 10대 천재 프로그래머처럼 우리 세계를 조종할 수 있는 정도의 존재라고 보았습니다.
2. 시뮬레이션 세계는 어떻게 작동할까?
시뮬레이션 세계가 성립하려면 크게 두 가지 조건 중 하나는 충족되어야 합니다.
1) 우리가 아는 현실 세계의 모든 것이 시뮬레이션되어야 함
이는 모든 사람, 환경, 사물, 현상, 감각을 포함해 알려진 물리 법칙까지 우주적 규모로 시뮬레이션할 수 있는 초강력 하드웨어를 전제로 합니다.
2) 우리 인간만 실재하고 주변 세계와 대부분의 사람은 시뮬레이션되어야 함
이는 실재하는 인간의 의식을 속여 가상 현실을 진짜처럼 느끼게 만들고, 시뮬레이션된 인격체가 튜링 테스트를 통과할 정도의 인공지능을 구현해야 합니다.
후자의 상황은 영화 매트릭스에서 묘사된 것과 유사합니다. 대부분의 인류가 기계 문명에 의해 인공 현실에 갇힌 채 진짜 현실을 알아차리지 못하는 상황이죠.
3. 시뮬레이션 가설의 주요 논거
1) 다중우주론과 가상 우주
보스트롬에 따르면 인류가 수천 년을 더 살아남아 포스트 휴먼 문명에 도달하면 조상의 역사를 시뮬레이션할 능력을 가질 수 있습니다. 이때 시뮬레이션이 중첩되어 복수의 현실 층위가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 우주론자 폴 데이비스는 가짜 세계가 진짜보다 훨씬 많아질 수 있다고 주장했죠.
2) 컴퓨팅 기술의 한계는 아직 발견되지 않음
천문학자 마틴 리스는 현재의 슈퍼컴퓨터로도 은하 충돌을 시뮬레이션할 수 있다면서, 미래에는 세계의 상당 부분을 시뮬레이션하는 것도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테크 기업가이자 'The Simulation Hypothesis'의 저자인 리즈완 비르크(Rizwan Virk)는 완전한 시뮬레이션까지 현재 10단계 중 절반 정도 진척되었다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4. 시뮬레이션 가설에 대한 반론
1) 인간을 시뮬레이션하는 것은 이상한 선택
하버드대 물리학자 리사 랜들은 고등 문명이 인간을 시뮬레이션할 이유가 없다고 반박했습니다. 인간은 자기 자신에게만 관심이 있을 뿐 다른 대상을 시뮬레이션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죠.
2) 현실을 시뮬레이션하려면 터무니없이 많은 연산이 필요함
보스트롬도 인정했듯 모든 인간의 생각을 항상 추적하려면 엄청난 컴퓨팅 자원이 소모됩니다.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질 때마다 프로그램을 수정하는 것도 쉽지 않죠. 이에 대해 물리학자들은 양자 역학적 시뮬레이션조차 불가능하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기도 했습니다.
5. 시뮬레이션 입증의 파급력
1) 더 큰 실험에 대한 간섭
철학자 프레스턴 그린은 인류가 시뮬레이션 세계에 있음을 증명하면 시뮬레이션 프로그램 자체에 큰 영향을 미쳐, 상위 현실에 대한 실험 결과를 왜곡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2) 시뮬레이션의 갑작스러운 종료 가능성
연구자들이 실험 목적을 달성하면 시뮬레이션을 종료하듯이, 우리 세계를 만든 문명도 언제든 경고 없이 프로그램을 끝낼 수 있습니다. 물론 고통은 없겠지만요.
6. 시뮬레이션 가설을 연구하는 이유
이 모든 논의의 목적은 진실에 다가가기 위함입니다. 특히 우리 인간 존재의 진실 말이죠. 리즈완 비르크는 만약 우리가 일종의 게임 속에 있다면 그 게임의 법칙을 아는 것이 생존에 도움이 될 거라고 말합니다. 현실이 어떤 성질의 것이든 진실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는 얘기입니다.
아직은 가설에 불과하지만, 시뮬레이션 우주론은 철학과 과학을 넘나드는 흥미진진한 사고 실험입니다. 우리가 인식하는 현실에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고, 기술 발전이 초래할 미래의 가능성을 상상하게 만드니까요. 이는 궁극적으로 인간 존재와 의식의 본질을 탐구하는 지적 모험이기도 합니다.
여러분은 시뮬레이션 우주 가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의 세상은 누군가의 컴퓨터 프로그램 속에서 구현되고 있는 걸까요? 답하기 어려운 질문이지만 생각해볼 가치는 있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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