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피는 세계 곳곳에서 수천 년 동안 약으로 쓰인 유서 깊은 향신료입니다. 최근에는 계피의 효능이 과학적으로도 밝혀지기 시작했는데요. 오늘은 과학적 근거가 있는 계피의 효능 10가지를 알아봅니다.
계피의 효능
1. 강력한 약용 성분
계피의 역사는 고대 이집트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예전에는 매우 진귀해서 왕에게 진상하는 선물이기도 했다고 합니다. 최근 계피는 많이 저렴해졌고 마트에서도 쉽게 살 수 있게 되었는데요. 알아야 할 것은 계피에 두 가지 종류가 있다는 것입니다.
첫 번째는 실론 계피(Ceylon cinnamon), 두 번째는 카시아 계피(Cassia cinnamon)입니다. 실론 계피는 이름 그대로 현재는 스리랑카로 불리는 실론 섬과 인도 남부가 원산지이며, 카시아 계피는 중국과 베트남이 원산지입니다. 보통 한국에서 한약재나 수정과에 넣는 용도로 쓰는 것은 카시아 계피입니다. 보통 한국에서는 실론 계피를 시나몬, 카시아 계피를 그냥 계피라고 부르곤 합니다.
계피 특유의 알싸한 냄새와 풍미는 신남알데하이드(cinnamaldehyde)라는 화합물에서 나오는 것으로, 옅은 노란색에 점성을 띤 액체 형태입니다. 계피의 강력한 약성은 바로 이 화합물이 거의 대부분의 역할을 담당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2. 항산화 성분 함유
항산화제(antioxidant)란 프리라디칼로 인해 일어나는 세포의 산화적 손상으로부터 우리 몸을 보호하는 성분을 뜻하는데, 계피에도 폴리페놀 형태의 강력한 항산화 성분이 많이 들어 있습니다.
한 연구에서는 계피 보충제가 염증 마커의 수준을 낮추고, 혈중 항산화 수준을 크게 증가시킬 수 있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실제로 계피의 항산화 효과는 매우 강력해서 천연 식품 방부제로도 사용할 수 있을 정도랍니다.
3. 항염 작용
염증은 만병의 근원이라는 말을 들어보셨을 겁니다. 염증은 원래 신체를 방어하기 위해 나타나는 정상적인 반응이긴 하지만, 만성적으로 나타나는 경우 노화와 각종 질병의 원인이 됩니다. 계피는 만성 염증과 싸우는 데 유익한 효과가 있다고 알려졌는데요. 연구에 따르면 계피와 계피 속의 항산화제가 강력한 항염 작용을 한다고 합니다.
4. 심혈관 질환 예방
계피는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주요 사망 원인인 심장병의 위험을 낮춰 줍니다.
한 연구 검토 결과에 따르면 하루에 계피를 1.5g 혹은 약 4분의 3 티스푼 복용하면 혈중 지질 프로파일이 개선된다고 합니다. 중성지방, 콜레스테롤, 혈당 수치 등이 좋아진다는 뜻입니다.
13개 연구에 대한 또 다른 검토에서도 계피가 심장 질환의 위험 인자인 중성지방과 총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출 수 있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또한 계피를 8주간 지속적으로 섭취하면 혈압이 낮아진다고 합니다.
5. 인슐린 감수성 향상
인슐린은 신진대사와 에너지 사용을 조절하는 주요 호르몬으로, 세포가 인슐린에 잘 반응하지 못하고 내성을 갖게 되면 비만, 당뇨, 각종 대사 증후군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이런 상태를 인슐린 저항성이라고 합니다.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지만 일부 연구에서는 계피가 인슐린 저항성을 낮출 수 있다는 가능성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계피는 인슐린 감수성을 높여서 혈당을 낮추고, 우리 몸이 혈당을 조절하는 능력을 서포트할 수 있습니다.
6. 혈당 조절
계피는 혈당을 낮추는 특성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위에서 쓴 인슐린 저항성 개선 효과 외에도 계피는 몇 가지 다른 메커니즘을 통해 혈당을 낮출 수 있다고 합니다.
우선 계피는 식후 혈류로 들어가는 당의 양을 줄인다고 합니다. 소화관에서 탄수화물을 분해하는 수많은 소화 효소의 작용을 방해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계피 화합물은 인슐린의 효과를 모방해 세포로 들어가는 당 흡수율을 더 좋게 할 수 있습니다. 수많은 인체 연구에서 계피의 유익한 효과가 확인되었는데, 공복 혈당 수치를 낮추고 장기적으로 혈당 조절의 지표가 되는 헤모글로빈 A1c를 개선할 수 있다고 합니다.
혈당 관련 유효한 복용량은 하루에 계피 1-6g, 혹은 0.5-2 티스푼입니다.
7. 신경 퇴행성 질환에 효과
신경 퇴행성 질환이란 신경세포 기능이 점차 둔해지고 마침내 기능이 상실되는 병을 말합니다. 가장 잘 알려진 것은 알츠하이머병과 파킨슨병입니다.
계피에 함유된 화합물은 뇌에 타우라는 단백질이 축적되는 것을 억제하는데, 이것이 알츠하이머병의 중요한 특징 중 하나입니다. 또 2014년 파킨슨병이 있는 쥐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계피는 신경세포를 보호하고, 신경전달물질 수준을 정상화하며 운동 기능을 개선하는 데 도움을 주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아직 인체 연구가 부족한 상황이라는 점은 유념할 필요가 있습니다.
8. 암 예방
계피가 암의 예방과 치료에 효과가 있는지에 대해 폭넓은 연구가 이루어졌습니다. 다만 아직 이 분야의 증거는 인체 연구가 아닌 시험관 및 동물 연구에 국한되어 있습니다.
계피는 암세포와 종양에서 혈관 형성을 감소시키는 작용을 하여 성장을 억제하며, 암세포에 독성이 있어 세포 사멸을 유도합니다. 난소암에 걸린 쥐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는 신남알데하이드가 암 성장과 관련된 특정 단백질의 발현을 차단할 수 있다고 밝혀졌습니다. 또 시험관 실험에서는 신남알데하이드가 난소암 세포의 성장과 전이를 감소시킬 수 있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그러나 계피의 항암 효과를 평가하려면 아직은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합니다.
9. 박테리아 및 곰팡이 감염 예방
계피의 주요 활성 성분인 신남알데하이드는 다양한 감염에 효과가 있다고 하는데요. 시험관 연구에 따르면 계피 오일이 호흡기 감염을 일으키는 특정 곰팡이를 죽이는 데 도움이 되었다고 합니다. 또한 리스테리아, 살모넬라 등의 박테리아 성장을 억제하는 효과도 나타났습니다.
또 계피의 항균 효과는 구강에서 충치를 예방하고, 입냄새를 줄이는 데도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다만 증거가 대부분 시험관 연구에 국한되어 있어 더 많은 인간 대상 연구가 필요합니다.
10. 항바이러스 효과
일부 연구에 따르면 계피는 특정 바이러스에 저항하는 효과를 나타냅니다. 예를 들어 카시아 품종에서 추출한 계피는 HIV의 가장 흔한 변종인 HIV-1에 유익하다고 여겨집니다.
참고: 에이즈 초기 증상, 감기 몸살로 오인할 수도
다른 연구를 보면 계피가 인플루엔자, 뎅기열 등을 포함한 바이러스 감염으로부터 인체를 보호할 수 있다고 제안합니다. 하지만 계피의 항바이러스 효과를 확인하려면 아직 추가적인 검증이 필요합니다.
카시아 계피 vs 실론 계피
앞서 썼듯이 계피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습니다. 카시아 계피에는 쿠마린(coumarin)이라는 화합물이 상당량 들어 있는데, 다량 섭취할 경우 해로울 수 있습니다. 실론 계피와 카시아 계피는 모두 약효가 있지만 카시아 계피는 쿠마린 함량 때문에 너무 많이 섭취하면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실론 계피는 간혹 '진짜 시나몬(true cinnamon)'이라고도 불리는데요. 카시아 계피에 비해서 구하기도 어렵고 더 비싸지만 쿠마린이 훨씬 적어서 안전한 데다, 풍미도 맵기보다는 부드럽고 단맛이 더 많이 난다고 합니다. 그러므로 걱정 없이 복용하려면 실론 계피를 택하는 것이 좋고, 카시아 계피를 복용하실 경우 소량으로 쓰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참고로 두 계피는 가루일 때는 구별하기 어렵지만 껍질 형태일 때는 쉽게 알아볼 수 있습니다. 실론 계피는 여러 층의 얇은 껍질이 겹쳐져서 돌돌 말린 형태이고, 카시아 계피는 한 겹의 두꺼운 껍질로 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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