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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리타 요법, 감정을 넘어 삶을 주도하는 법

by 비타로그 2025. 3. 11.

누구나 시험 기간의 불안, 취업 스트레스, 인간관계의 압박감에 시달려본 경험이 한 번쯤 있을 겁니다.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내 삶을 주도하고 싶다”는 생각, 누구나 해봤을 텐데요. 이런 고민에 답을 주는 심리학 이론이 있습니다. 바로 일본의 정신과 의사 모리타 쇼마(森田 正馬) 박사가 100년 전에 창시한 ‘모리타 요법’입니다. 모리타 요법은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여전히 유효한 통찰을 전해주고 있으므로, 오늘은 그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1. 불안을 치료법으로 승화시킨 의사

모리타 쇼마(1874-1938)는 메이지 시대 일본에서 활동한 정신과 의사이자 심리학자입니다. 흥미로운 점은 그 자신이 심각한 불안 장애와 신경증을 겪으며 치료법을 고민했다는 사실이지요. 청소년 시절, 그는 ‘의학 공부에 실패하면 가문의 수치’라는 강박에 시달렸습니다. 시험 전마다 두통과 현기증, 불면증에 시달리던 그는, 오히려 이 경험을 훗날 치료법 개발의 토대로 삼았습니다.

 

1900년대 초, 서양 의학이 일본에 급속도로 유입되던 시기였습니다.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이 주목받던 때지만, 모리타 박사는 서구 이론이 일본인의 정서에 맞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대신 선(禪) 사상과 자연주의 철학을 바탕으로, “감정은 받아들이고 행동은 계속하라”는 독창적인 치료 체계를 구축했죠. 1919년 저서 신경질 및 신경증의 실제 치료를 발표하며 본격적으로 모리타 요법의 시대가 열렸습니다.

 


2. 모리타 요법의 3대 원칙

모리타 요법의 핵심은 감정과 행동의 분리에 있습니다. 현대인들이 ‘마음 관리’에 집착하는 것과 대비되죠. 그의 철학을 세 가지 축으로 정리해봅시다.

(1) 감정은 날씨와 같다

“비가 오길 원하지 말고, 우산을 쓰라”는 말이 있지요. 모리타 박사는 감정을 일기 예보처럼 통제할 수 없는 자연 현상으로 봤습니다. 우울증 환자에게 “왜 슬픈지 원인을 찾으라”고 묻는 대신, “슬픔을 안고도 밥을 먹고 일어나라”고 권했습니다. 감정의 파도를 거스를 필요 없이, 그 위에 서서 노를 저을 줄 아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죠.

(2) 행동이 감정의 주인이다

여기서 혼동하기 쉬운 점이 있습니다. ‘긍정적인 마음가짐으로 행동하라’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기분이 나쁘더라도 의미 있는 행동을 하라”는 역발상이지요. 예를 들어 시험 불안이 심할 때, “불안이 사라지면 공부하겠다”고 미루는 대신 “손이 떨려도 책장을 넘겨보라”고 조언합니다. 신기하게도 행동을 시작하면 감정이 뒤따라 오게 마련이니까요.

(3) 현재에 뿌리를 내려라

모리타는 과거의 트라우마나 미래의 불확실성에 집착하는 것을 ‘마음의 독’으로 보았습니다. 대신 “지금 이 순간 내가 할 수 있는 구체적 행동”에 집중하라고 강조했죠. 산책 중이라면 발바닥이 땅에 닿는 감각에, 식사 중이라면 수저의 무게감에 주의를 기울이게 합니다. 이는 최근 유행하는 ‘마음챙김 명상’과도 통하는 지점이 있습니다.

 


3. 모리타 요법의 4단계 치료

원래 모리타 요법은 입원 치료 프로그램으로 설계되었습니다. 100년 전 방식이지만 그 안에 담긴 통찰은 놀랍도록 현대적이죠.

 

  1. 절대 안정기(7일)
    환자는 침대에 누워 아무것도 하지 않습니다. 처음에는 불안하겠지만, 점차 ‘아무것도 안 해도 괜찮다’는 안정감을 회복하게 되지요. 현대인에게는 디지털 디톡스와도 같습니다.
  2. 경도 작업기(3-7일)
    침실을 벗어나 정원 가꾸기, 일기 쓰기 등 단순한 신체 활동을 시작합니다. 중요한 건 ‘재미있어서’가 아니라 ‘해야 하니까’ 하는 태도입니다.
  3. 강도 작업기(7-14일)
    본격적으로 농사, 목공 등 체력을 요하는 작업에 투입됩니다. 여기서 환자는 “행동 중에도 불안은 사라지지 않지만, 삶은 계속된다”는 사실을 체감하게 됩니다.
  4. 사회 복귀기
    외출이 허용되며, 실제 사회생활을 준비합니다. 이 단계에선 “불완전한 상태로도 세상과 소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형성되죠.

 

이 과정의 핵심은 ‘감정에서 행동으로의 초점 이동’입니다. 1920년대에 이미 ‘행동 활성화’ 개념을 구현한 셈이지요.

 


4. 현대 심리학에서 재해석된 모리타 요법

모리타 요법은 21세기에도 살아 숨쉬고 있습니다. 단지 이름을 바꿔 나타날 뿐입니다.

 

  • 수용전념치료(ACT)
    서구 심리학계는 모리타의 ‘수용’ 개념에 ‘가치 추구’를 결합해 발전시켰습니다. “불안을 없애는 대신, 중요한 가치를 위해 행동하라”는 메시지가 그 예입니다.
  • 디지털 세대의 적용
    미국 스타트업 ‘Headspace’는 모리타 원리를 앱에 접목했습니다. “기분이 좋지 않아도 5분만 명상해보세요”라는 알림이 그렇죠. 감정을 조건으로 삼지 않는 태도입니다.
  • 직장인 코칭
    구글의 ‘Search Inside Yourself’ 프로그램은 직원들에게 “회의 중 불안해도 발언을 멈추지 마라”고 가르칩니다. 모리타가 강조한 ‘행동 우선주의’의 현대판이라 할 수 있죠.

 


5. 100년 전 이론이 지금 필요한가?

우리는 종종 감정을 ‘해결해야 할 문제’로 봅니다. SNS에 “오늘 기분 좋은 날”만 올리려 애쓰고, 슬픔이나 분노는 약점처럼 감추지요. 모리타 요법은 이럴 때 일침을 겁니다. “감정은 당신의 본질이 아닙니다. 단지 마음이 일으키는 파문일 뿐이죠.”

 

예를 들어 원고 마감 직전 극심한 스트레스를 느낀다면, 이렇게 실천해보시길 권합니다.

 

  1. “지금 스트레스 받는 게 당연하다”고 스스로 허락하세요.
  2. 노트북을 열고 첫 문단만 써보세요.
  3. 완벽할 필요 없이, 그저 손가락이 키보드를 두드리게 하세요.

 

이것이 모리타 쇼마 박사가 전하고자 한 삶의 기술입니다. 감정의 노예가 되지 말고, 행동의 주체로 살아가라는 메시지. 100년의 시간을 건너뛰어도 변하지 않는 지혜가 아닐까요?

 


6. 마치며

모리타 요법은 완벽한 마음의 평화를 약속하지 않습니다. 대신 “불완전한 채로도 삶을 살아갈 힘”을 줍니다. 시험을 망친 날, 취업에 실패한 날, 관계가 어긋난 날—그런 날일수록 모리타의 조언을 떠올려보세요. “감정은 그대로 두고, 발걸음은 앞으로 옮기시오.” 당신의 인생은 감정의 기복보다 훨씬 단단한 내면에서 피어날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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