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etc

왜 벌레들은 빛을 좋아할까?

by 비타로그 2024. 6. 25.

여름밤, 우리는 흔히 가로등이나 집안의 조명에 모여드는 벌레들을 볼 수 있습니다. 이처럼 벌레들이 빛을 향해 모이는 현상은 오랫동안 관찰되어 왔지만, 그 이유는 여전히 미스터리로 남아 있었습니다. 최근 연구들이 이를 조금씩 풀어가고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벌레들이 왜 빛에 이끌리는 것처럼 보이는지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벌레와 빛: 오래된 미스터리

'불꽃에 뛰어드는 나방 같다'는 표현이 보여주는 것처럼, 벌레들이 빛에 끌리는 현상은 오랜 옛날부터 기록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왜 벌레들이 빛을 향해 모이는지에 대한 정확한 이유는 오랫동안 밝혀지지 않았는데요. 과학자들은 지금까지 다양한 가설을 제시해왔지만, 대부분은 곤충들의 실제 행동과 맞지 않았습니다.

기존의 가설들

1. 주행성 가설: 이 가설은 벌레들이 빛을 향해 직진하는 성질이 있다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실제로 벌레들은 빛을 직접 향해 날아가기보다는, 빛을 중심으로 나선형 비행을 하거나 빙빙 도는 움직임을 보입니다.

2. 항해 가설: 벌레들이 달빛을 이용해 방향을 잡고 항해하는 중 인공 광원이 혼란을 초래한다는 설명입니다. 만약 이 가설이 사실이라면 벌레들은 인공 광원을 향해 나선형으로 접근해야 하지만, 실제 관찰된 바와는 다릅니다.

3. 열복사 가설: 인공 광원에서 발생하는 열이 벌레들을 끌어당긴다는 설명입니다. 그러나 많은 경우, 벌레들은 열보다는 빛에 더 강하게 반응합니다.

4. 눈부심 가설: 인공 광원의 강한 빛이 벌레들을 혼란스럽게 한다는 이론입니다. 하지만 이 또한 벌레들이 빛 주위를 맴돌며 능숙하게 비행하는 모습을 완전히 설명하지는 못합니다.

최신 연구의 발견: 배광반응

2024년 네이처커뮤니케이션즈에 게재된 연구에 따르면, 영국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Imperial College London) 연구진은 벌레들이 빛에 모이는 이유를 '배광반응(dorsal light response, DLR)'이라는 메커니즘으로 설명합니다. (링크)

 

배광반응은 작은 곤충이나 물고기가 밝은 방향을 기준으로 몸의 상하를 인식하는 반사적 행동을 의미합니다.

 

작은 생물들은 중력을 직접적으로 감지하기 어려워, 빛을 이용해 위아래를 구분하기 때문에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데요. 본래 하늘 방향은 밝고 땅은 어둡기 때문에, 인공광이 없는 환경에서는 이런 행동이 상하를 구분하는 데에 도움을 주었습니다.

연구 방법

연구진은 벌레들의 실시간 움직임을 고속 카메라와 추적 소프트웨어를 사용해 분석했습니다. 그 결과, 벌레들이 빛에 반응하는 여러 가지 흥미로운 행동을 발견했습니다.

1. 광원 밑에서 비행: 벌레들이 광원 밑을 지나갈 때 광원을 등지고 급상승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2. 광원 옆에서 비행: 벌레들은 빛을 옆에 두고 빛 주위를 빙빙 도는 움직임을 보였으며, 이 과정에서 자주 광원을 등지고 있었습니다.
3. 광원 위에서 비행: 벌레들이 광원 위로 날아갈 때는 배를 뒤집은 상태로 광원에 등을 돌리면서 속도를 잃고 추락했습니다.

실제 연구 논문에 실린 이미지

 

배광반응의 역할

배광반응은 벌레들이 밝은 방향으로 등을 돌리려고 하는 본능적 행동입니다. 이러한 반응 탓에 벌레들은 인공 광원에 의해 교란되어, 빛 주위에서 계속 맴돌거나 끌리는 결과를 초래합니다. 이는 인간이 보기에는 벌레들이 빛을 향해 돌진하는 것처럼 보이게 만듭니다.

시뮬레이션 연구

연구진은 실제 벌레들처럼 광원에 접근할 때 배광반응을 일으키도록 프로그램된 가상의 벌레를 시뮬레이션했습니다. 그 결과, 가상의 벌레들도 실제 벌레들과 유사하게 광원으로 급상승, 추락, 주행하는 행동을 보였습니다. 이는 배광반응이 벌레들이 빛에 끌리는 주요 원인이라는 가설을 뒷받침합니다.

인공 조명의 영향

최근 연구들은 인공 조명이 벌레들에게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에 대해서도 주목하고 있습니다. 인공 조명은 벌레들의 자연적인 행동을 교란시켜, 먹이 찾기, 짝짓기, 포식자 회피 등 여러 중요한 활동에 지장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인공 조명은 벌레들의 개체 수 감소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연구를 주도한 과학자들은 인공 조명의 사용을 줄이고, 반드시 필요한 경우에는 저온 LED를 사용하거나 조명을 아래쪽으로 비추는 등의 방법으로 빛 공해를 최소화해야 한다고 권하고 있습니다. 특히 조명의 방향을 아래쪽으로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는데요. 이렇게 하면 벌레들이 빛에 의해 혼란스러워지는 것을 줄이고, 생태계를 보호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이 글이 도움이 되셨나요? 다른 글도 읽어보세요.

 

참고: '멜라토닌' 효능, 잠만 잘 오는 게 아니다!

참고: 가장 똑똑한 MBTI는? IQ별 MBTI 랭킹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