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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정부 셧다운은 왜 자꾸 반복되는 걸까?

by 비타로그 2025. 10. 24.

뉴스에서 '미국 정부 셧다운(Shutdown)'이라는 용어, 한 번쯤 들어보셨을 겁니다. 세계 최강대국인 미국에서 공무원들이 출근을 못 하거나 국립공원 문이 닫히는, 어찌 보면 비효율적으로 보이는 일이 왜 이렇게 자주 반복되는 걸까요? 오늘은 그 이면에 숨겨진 구조적인 이유를 알아보겠습니다.

 

 

'셧다운'은 어떻게 발생할까

모든 문제의 시작은 미국 헌법에서 비롯됩니다. 미국 헌법은 의회에 '돈주머니를 쥘 권한(Power of the Purse)' 즉, 예산 편성 및 승인권을 부여하고 있습니다. 대통령이나 행정부가 마음대로 돈을 쓸 수 없고, 반드시 의회의 승인을 받아야만 하는 것이지요.

 

미국의 회계연도는 매년 10월 1일에 시작합니다. 따라서 의회(상원과 하원)는 9월 30일까지 다음 해에 정부가 사용할 예산안(총 12개의 세출 법안)을 모두 통과시키고 대통령의 서명을 받아야 합니다. 만약 이때까지 예산안이 통과되지 못하면, 정부는 말 그대로 돈을 쓸 법적 근거가 사라집니다. 바로 이 순간 '셧다운'이 발생하는 것입니다.

 

물론 12개 법안을 다 처리하기 어려울 때는 '임시 예산안(Continuing Resolution, CR)'이라는 것을 통과시켜 몇 주 또는 몇 달간 시간을 벌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 임시 예산안조차 합의하지 못하면, 정부는 멈춰 서게 됩니다.

 

셧다운 반복되는 진짜 이유

그렇다면 왜 이 합의가 그렇게 어려운 걸까요? 여기에는 몇 가지 핵심적인 이유가 있습니다.

 

1. 예산안을 '정치적 인질'로 삼는 전략

가장 큰 이유는, 이 예산안이 '강력한 정치적 협상 카드'로 사용되기 때문입니다. 셧다운은 단순히 돈 문제가 아니라, 종종 예산과 직접 관련이 없는 다른 정책들을 관철시키기 위한 수단이 됩니다.

 

예를 들어볼까요? 특정 정당(혹은 정당 내 강경파)이 대통령의 핵심 공약(가령, 특정 이민 정책이나 국경 장벽 건설)을 강력히 반대할 때, 정부 예산안 전체를 볼모로 잡고 "우리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예산안에 동의해주지 않겠다"고 압박을 가하는 셈이지요. 셧다운이라는 극단적인 상황을 무기로 삼아 상대방의 양보를 얻어내려는 '벼랑 끝 전술'입니다.

 

2. '분점 정부'와 극심한 '정치적 양극화'

이러한 벼랑 끝 전술은 특히 '분점 정부(Divided Government)' 상황에서 자주 나타납니다. 분점 정부란 대통령의 소속 정당과 의회(하원 또는 상원)의 다수당이 서로 다른 경우를 말합니다.

 

과거에는 분점 정부 상황에서도 양당이 타협점을 찾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최근 수십 년간 미국 정치는 '정치적 양극화(Political Polarization)'가 극심해졌습니다. 민주당과 공화당의 이념적 거리가 크게 벌어지면서, 상대방의 정책을 무조건 반대하고 타협을 '굴복'으로 여기는 분위기가 강해진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예산안 합의가 더욱 어려울 수밖에 없습니다.

 

3. 상원의 독특한 규칙, '필리버스터'

미국 의회는 하원(House of Representatives)과 상원(Senate)으로 나뉘어 있습니다. 이 중 상원의 독특한 규칙인 '필리버스터(Filibuster)'도 셧다운의 한 원인이 됩니다.

 

상원에서는 주요 법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단순 과반수(총 100석 중 51석)가 아닌, 토론을 종결시키기 위한 60석의 동의가 필요한 경우가 많습니다. 이는 다수당이라도 50석대에 머무른다면, 40석대의 소수당이 필리버스터를 통해 예산안 처리를 효과적으로 막을 수 있다는 뜻입니다. 소수당에게도 강력한 거부권이 주어지는 셈이지요.

 

'셧다운'과 '디폴트'는 다르다

여기서 많은 분이 헷갈려 하시는 '부채 한도(Debt Ceiling)' 문제와 '셧다운'의 차이를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습니다. 이 둘은 미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의 수준이 완전히 다릅니다.

 

  • 셧다운 (Shutdown): '미래'의 지출을 승인하지 않는 것입니다. 정부가 쓸 돈이 없어 국립공원, 박물관 등 '비필수적'인 업무가 '일시 정지'되는 상태입니다. 국민 개개인에게는 불편하지만, 미국 경제의 신용도 자체를 무너뜨리지는 않습니다.
  • 디폴트 (Default / 채무 불이행): '과거'에 이미 쓰기로 약속하고 발행한 국채의 이자나 원금을 갚지 못하는 것입니다. 이는 미국의 국가 신용도를 무너뜨리고, 달러화의 지위를 위협하며, 세계 경제 전체에 재앙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훨씬 심각한 사태입니다.

 

셧다운은 어떤 영향을 미칠까

셧다운이 발생하면 연방 공무원 수십만 명이 일시적으로 급여를 받지 못하고 강제 무급 휴가(Furlough)에 들어갑니다. 국립공원과 박물관이 문을 닫고, 세금 환급 업무나 여권 발급 같은 대민 서비스가 지연됩니다.

 

물론 군인, 경찰, 항공 관제, 우편 등 국가 운영에 필수적인 업무는 유지되지만, 이들 역시 급여는 제때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단 며칠의 셧다운이라도 미국 경제 전체에 수십억 달러의 손실을 입히는 것으로 분석됩니다.

 

미국 정부의 셧다운에서 예산 부족은 그저 표면적인 이유일 뿐, 실제로는 치열한 정치적 힘겨루기와 양극화된 현대 민주주의의 복잡한 단면을 보여주는 현상입니다. 이러한 구조적인 문제들이 해결되지 않는 한, 셧다운 뉴스는 앞으로도 종종 우리를 찾아올 가능성이 높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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