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슬롭(slop), 무슨 뜻일까? 의미와 유래

최근 인터넷 곳곳에서 이상하게 생긴 이미지들을 본 적이 있으신가요? 눈과 손가락 개수가 어딘가 어색하거나, 완벽하지만 어딘가 기묘한 느낌을 주는 콘텐츠들 말입니다. 이러한 저품질 AI 생성 콘텐츠를 일컫는 새로운 용어가 등장했습니다. 바로 'AI 슬롭(AI slop)'입니다.

 

 

AI 슬롭이란 무엇인가

AI 슬롭은 생성형 인공지능으로 만들어진 저품질 미디어를 가리키는 용어로, 노력의 부족이 특징이며 현재 압도적인 양으로 생산되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정확성이나 품질에 대한 고려 없이 AI 도구로 만들어진 낮은 수준에서 중간 수준의 콘텐츠를 의미합니다.

 

이 용어는 '스팸(spam)'과 유사한 경멸적인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슬롭은 어떤 면에서 스팸의 진화 형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인공지능 도구 덕분에 쉽게 만들 수 있는 저품질 콘텐츠로, 소셜 미디어 피드를 압도하여 사용자들이 무엇이 진짜이고 무엇이 가짜인지 구별하기 어렵게 만듭니다.

 

슬롭이라는 용어의 탄생 과정

AI 슬롭이라는 용어는 어떻게 생겨났을까요? 초기 대규모 언어 모델과 이미지 확산 모델이 대량의 저품질 글과 이미지 생성을 가속화하자, 언론인들과 소셜 플랫폼에서 이 쏟아지는 콘텐츠를 적절히 표현할 용어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었습니다. 제안된 용어로는 'AI 쓰레기', 'AI 오염', 'AI 생성 찌꺼기' 등이 있었습니다.

 

'슬롭(slop)'이라는 용어가 저급한 AI 콘텐츠를 묘사하는 말로 처음 사용된 것은 2022년 AI 이미지 생성기가 출시된 이후였습니다. 4chan, 해커 뉴스, 유튜브 댓글 작성자들 사이에서 일종의 집단 내 은어로 초기 사용이 확인되었습니다.

 

영국의 컴퓨터 프로그래머 사이먼 윌리슨(Simon Willison)은 주류에서 '슬롭'이라는 용어를 초기에 옹호한 인물로 평가받고 있으며, 2024년 5월 자신의 개인 블로그에서 이 용어를 사용했습니다. 그러나 그는 자신이 용어를 발명한 것이 아니라 단지 대중화하는 데 도움을 주었으며, '원치 않는(unwanted)'이라는 의미를 붙여 생성형 AI의 보다 윤리적인 사용과 구별하려 했다고 밝혔습니다.

 

슬롭의 급격한 확산

이 용어는 2024년 2분기에 인기가 크게 증가했는데, 부분적으로는 구글이 검색 쿼리에 대한 응답을 생성하기 위해 자사의 제미나이(Gemini) AI 모델을 사용하면서부터였으며, 2024년 4분기 동안 언론 헤드라인에서 널리 비판받았습니다.

 

특히 주목할 만한 점은 슬롭이 수익 창출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입니다. AI 이미지와 비디오 슬롭이 소셜 미디어에서 확산된 이유 중 하나는 페이스북과 틱톡에서 제작자들에게 수익을 창출해주었기 때문이며, 특히 페이스북에서 이 문제가 두드러졌습니다. 이는 개발도상국의 개인들이 더 높은 광고 요율을 받는 미국 청중에게 어필하는 이미지를 만들도록 유인합니다.

 

슬롭이 넘쳐나는 인터넷

AI 슬롭은 이제 단순히 소셜 미디어에 국한되지 않습니다. AI 생성 식물 이미지와 식물 관리 허위 정보가 소셜 미디어에서 확산되고 있습니다. 온라인 판매업체들은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식물의 씨앗을 판매하기 위해 AI 생성 꽃 이미지를 사용해왔습니다.

 

온라인 서점과 도서관 공급업체들은 이제 AI로 작성되고 사서들에 의해 선별되지 않은 많은 타이틀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도서관에 전자책과 다운로드 가능한 콘텐츠를 공급하는 디지털 미디어 제공업체 후플라(Hoopla)는 가상의 저자와 의심스러운 품질을 가진 생성형 AI 서적들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는 모르고 대출하는 이용자들 때문에 도서관에 비용을 발생시킵니다.

 

기업과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슬롭 활용

심지어 대기업들도 AI 슬롭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합니다. 2024년 11월, 코카콜라는 연례 홀리데이 캠페인의 일환으로 인공지능을 사용하여 세 편의 광고를 제작했습니다. 이 비디오들은 일반 시청자와 아티스트 모두로부터 즉각적으로 부정적인 반응을 받았습니다. 그래비티 폭스의 제작자인 애니메이터 알렉스 허쉬는 회사가 인간 아티스트를 고용하지 않기로 한 결정을 비판했습니다.

 

영화 산업에서도 슬롭의 흔적이 발견됩니다. 2025년 3월, 파라마운트 픽처스는 영화 '노보케인' 홍보를 위한 인스타그램 비디오에서 AI 대본과 내레이션을 사용했다는 비판을 받았습니다. 광고는 콘텐츠 팜에서 제작한 저품질 AI 스팸 비디오와 유사한 스타일의 로봇 AI 음성을 사용했습니다.

 

슬롭으로 인한 혼란과 피해

AI 슬롭은 때로 심각한 사회적 혼란을 야기하기도 합니다. 2024년 10월, 수천 명의 사람들이 더블린에서 존재하지 않는 할로윈 퍼레이드를 위해 모인 것으로 보도되었는데, 이는 AI 생성 콘텐츠를 사용한 종합 목록 웹사이트인 MySpiritHalloween.com의 목록 때문이었습니다. 이 목록은 틱톡과 인스타그램에서 입소문을 탔습니다.

 

정치 분야에서도 슬롭의 영향력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AI 슬롭은 관심을 끌기 위한 시도로 정치 캠페인에서 자주 사용되고 있습니다. 특히 2024년 미국 대선 기간 동안 다양한 AI 생성 이미지들이 정치적 목적으로 활용되면서 논란이 되었습니다.

 

슬롭과 함께 진화하는 언어

2025년에는 'AI 슬롭'에서 파생된 경멸적인 속어인 '슬로퍼(slopper)'가 만들어졌는데, 이는 ChatGPT와 같은 생성형 AI 도구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사람을 묘사하는 용어입니다. 이는 AI 슬롭이라는 개념이 단순히 콘텐츠 자체를 넘어 사람들의 행동 패턴까지 설명하는 용어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AI 기술이 발전하고 접근성이 높아지면서 슬롭의 생산과 유통은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제 우리는 온라인에서 접하는 콘텐츠가 진짜인지, 품질 있는 창작물인지, 아니면 단순히 알고리즘을 속이거나 클릭을 유도하기 위해 대량 생산된 슬롭인지 구별하는 능력을 키워야 하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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