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화학상 받은 마법의 물질 'MOF', 어디에 쓰이는 물건?

2025년 노벨 화학상은 인류가 당면한 가장 큰 문제들을 해결할 열쇠로 주목받는 새로운 물질, '금속-유기 골격체(Metal-Organic Frameworks, MOF)'를 개발한 세 명의 과학자에게 돌아갔습니다. 바로 일본의 스스무 키타가와(Susumu Kitagawa), 호주의 리처드 롭슨(Richard Robson), 그리고 미국 UC 버클리의 오마르 야기(Omar M. Yaghi) 교수입니다. 과연 MOF는 어떤 물질이기에 노벨상의 영예를 안았을까요? 낯설게 들리는 이 이름 속에는 인류의 미래를 바꿀 놀라운 가능성이 숨어있습니다.

 

 

MOF, 세상에서 가장 넓은 표면을 가진 물질

MOF를 한마디로 표현하면 '분자 수준의 스펀지'라고 할 수 있습니다. 금속 이온과 유기 분자를 벽돌처럼 차곡차곡 쌓아 올려 만든,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작은 구멍들이 무수히 많이 뚫려있는 다공성 물질이지요. 노벨 위원회는 MOF를 해리포터에 나오는 '헤르미온느의 마법 가방'에 비유하기도 했습니다. 겉보기엔 작지만 안에는 엄청난 공간이 펼쳐지는 마법 가방처럼, MOF 1그램이 가진 내부 표면적은 축구장 크기와 맞먹을 정도니까요.

 

이 상상조차 어려운 넓은 표면적은 MOF의 핵심적인 특징입니다. 이 넓은 공간을 활용해 특정 기체나 액체 분자를 스펀지처럼 빨아들여 저장하거나, 필요한 것만 골라서 통과시키는 '분자 체' 역할을 할 수 있는 셈입니다.

 

지구의 온도를 낮추는 새로운 희망

MOF의 놀라운 능력은 다양한 분야에서 빛을 발하지만, 가장 큰 기대를 받는 분야는 바로 기후 변화 대응입니다. 지구 온난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를 효율적으로 포집하는 것은 인류의 오랜 숙제였지요.

 

기존의 이산화탄소 포집 기술은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하고 효율이 낮다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MOF를 이용하면 발전소나 공장에서 배출되는 가스 중에서 이산화탄소 분자만을 선택적으로 '낚아채' 저장할 수 있습니다. 마치 자석이 쇠붙이만 골라 붙잡는 것처럼 말입니다. 과학자들은 금속과 유기 분자의 종류를 바꿔가며 이산화탄소 포집 효율이 가장 높은 MOF를 설계하고 있으며, 이는 탄소 중립 시대를 앞당길 핵심 기술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사막에서 물을 만드는 기적

물이 부족한 건조한 사막에서도 MOF는 기적을 만들어냅니다. 어떻게 가능할까요? 바로 공기 중에 존재하는 아주 적은 양의 수증기를 붙잡는 능력 덕분입니다.

 

오마르 야기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MOF를 이용해 사막처럼 습도가 매우 낮은 환경에서도 공기로부터 식수를 수확하는 장치를 개발했습니다. 이 장치는 밤 동안 공기 중의 수증기를 흡수한 MOF에 낮 동안 햇빛을 쬐어주면, MOF가 머금고 있던 물 분자를 깨끗한 식수로 배출하는 원리로 작동합니다. 전기가 거의 필요 없어 물 부족으로 고통받는 전 세계 수많은 사람에게 새로운 희망이 되고 있지요.

 

의료 분야의 혁신을 이끌다

MOF의 활약은 환경 문제를 넘어 우리 건강과 직결된 의료 분야로까지 확장됩니다. MOF의 미세한 구멍은 약물 분자를 담아두기에 안성맞춤인 공간입니다.

 

• 정밀한 약물 전달: MOF 내부에 항암제를 담아 암세포에만 정확히 전달하고, 정상 세포에는 영향을 주지 않는 표적 치료 기술을 개발할 수 있습니다. 이는 항암 치료의 부작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 질병 진단 센서: 특정 질병과 관련된 단백질이나 DNA 조각에만 반응하도록 설계된 MOF를 이용하면, 아주 적은 양의 혈액만으로 질병을 조기에 진단하는 고감도 센서를 만들 수 있습니다.

 

이처럼 MOF는 필요한 곳에, 필요한 만큼만 약물을 전달하는 '스마트 약물 전달 시스템'의 핵심 소재로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이 외에도 MOF는 수소 자동차를 위한 차세대 수소 저장 탱크, 유해 물질을 걸러내는 고성능 필터, 화학 반응의 효율을 높이는 촉매 등 그 활용 가능성이 무궁무진합니다. 금속과 유기 분자의 조합을 통해 수만 가지가 넘는 새로운 종류의 MOF를 만들 수 있어, 앞으로 우리가 마주할 새로운 문제들에 대한 맞춤형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번 노벨 화학상 수상은 MOF라는 새로운 물질이 인류의 미래에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입니다. 분자 세계를 자유자재로 설계하는 '분자 건축학'의 시대가 열린 만큼, 앞으로 MOF가 만들어갈 더 깨끗하고, 더 건강하고, 더 지속가능한 미래를 기대해 봅니다.

 

참고: 매일 커피 마시면 뇌가 건강해진다?

참고: 아이폰 14, 2025년에도 여전히 쓸 만할까 (리뷰)

참고: 혹시 나도 중독일까? '둠스크롤링' 뜻과 유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