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디스 리치 해리스(Judith Rich Harris)는 1998년 양육가설(The Nurture Assumption)을 발표하며 심리학계에 큰 충격을 주었습니다. 이 책에서 그녀는 전통적인 심리학 이론, 특히 부모의 양육 방식이 자녀의 성격과 행동을 결정한다는 가정을 강력하게 반박했습니다. 대신 해리스는 양육 외에 다른 요소들이 자녀 발달에 훨씬 더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양육'의 한계
해리스의 이론의 핵심은 부모의 양육이 자녀의 성격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제한적이라는 점입니다. 심리학자들은 오랫동안 부모의 양육 방식이야말로 아이의 성격과 행동을 형성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라고 믿어왔지만, 해리스는 이 주장을 유전자와 또래 집단의 중요성을 들어 반박했습니다. 예를 들면 부모와 자녀 간의 성격 유사성은 반드시 양육의 결과가 아니라, 유전적 요소일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공격적인 부모가 공격적인 자녀를 갖는 경우, 이것이 양육의 결과가 아니라 유전적 요인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지요.
유전과 환경의 상호작용
해리스는 기존 연구들이 유전적 요인을 충분히 통제하지 못했다고 지적합니다. 쌍둥이 연구와 입양된 아이들에 대한 연구에서, 친부모와 성격적 유사성을 보이는 경우가 많았으며, 이는 유전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증거로 제시되었습니다. 동일한 유전자를 공유하는 일란성 쌍둥이들조차 함께 자라든 따로 자라든 성격에서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는 점도 이를 뒷받침하지요.
또래 집단의 영향
해리스는 자녀의 성격 형성에 있어서 부모보다는 또래 집단이 더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아이들은 부모보다는 주로 자신의 또래 친구들과 자신을 동일시하고, 그들의 행동과 가치를 따라가며 사회화 과정을 겪는다는 것입니다. 해리스에 따르면 이민자의 자녀가 부모의 모국어보다는 친구들의 언어를 더 쉽게 익히는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부모보다 친구들의 영향이 더 강력하게 작용할 수 있습니다.
'출생 순서 효과' 반박
전통적으로 심리학에서는 자녀의 출생 순서가 성격 형성에 중요한 요소로 간주되었습니다. 첫째 아이와 막내 아이는 서로 다른 성격적 특성을 가지게 된다는 '출생 순서 효과'가 오랫동안 주목받아왔지요. 하지만 해리스는 이 이론을 강하게 반박합니다. 그녀는 '출생 순서 효과'가 실재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연구 데이터를 여러 번 분석하고 해석하는 과정에서 우연히 발견된 패턴일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습니다.
책에 대한 반응
해리스의 이론은 학계와 대중 사이에서 논란을 일으켰습니다. 심리학자 스티븐 핑커(Steven Pinker)는 이 책이 심리학 역사에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극찬한 반면, 제롬 케이건(Jerome Kagan) 등 일부 연구자들은 그녀의 주장이 부모의 영향을 지나치게 축소한다고 비판했습니다.
하지만 해리스는 부모의 역할을 완전히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부모의 역할은 자녀의 성격 형성보다 그들과의 관계에서 나오는 상호작용과 감정적 유대에 있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그녀는 부모들이 여전히 자녀에게 주의를 기울이고 마음을 쓰는 것이 자녀를 특정한 방식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믿어서가 아니라, 그들과의 관계 속에서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사랑과 존중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참고: 딩크족, 아이 없으면 후회하게 될까? (통계 포함)
'etc'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24년 11월 천칭자리 운세 가이드 (0) | 2024.10.14 |
---|---|
2024년 11월 물고기자리 운세 가이드 (0) | 2024.10.10 |
커뮤니티 '갱차' 무슨 뜻일까? (0) | 2024.10.02 |
'필사', 문장력 강화에 효과가 있을까? (0) | 2024.10.02 |
2024년 10월 천칭자리 운세 가이드 (0) | 2024.09.30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