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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정보

타이레놀, 정말 트럼프 말대로 자폐증과 연관성 있나?

by 비타로그 2025. 10. 8.

최근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임신 중 타이레놀(아세트아미노펜) 복용이 자폐증 위험을 크게 높인다고 주장하여 전 세계적으로 큰 논란이 일었습니다. 이 발언은 특히 임신부와 어린 자녀를 둔 부모님들의 깊은 우려를 낳았지요. 과연 이 주장은 어디까지 사실일까요?

 

 

트럼프의 주장, 무엇이 문제였을까

트럼프 전 대통령은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임신 중 아세트아미노펜 사용과 자폐증의 연관성에 대해 의사들에게 경고할 것이라고 발표했습니다. 그는 "타이레놀을 먹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라며 강력한 어조로 복용 중단을 촉구했지요.

 

하지만 이 발표 직후, 전 세계 의학계와 보건 기구들은 즉각적으로 반박 성명을 내놓았습니다. 미국 산부인과 학회(ACOG)는 "임신 중 아세트아미노펜의 신중한 사용과 태아 발달 문제 사이에 직접적인 관계를 증명하는 명확한 증거는 없다"고 밝혔습니다.

 

세계보건기구(WHO) 역시 관련 증거가 "일관성이 없다"고 선을 그었고, 영국과 호주의 의약품 규제 당국도 "임신 중 파라세타몰(아세트아미노펜의 다른 이름) 복용이 아이의 자폐증을 유발한다는 증거는 없다"며 안전하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습니다.

 

'연관성'과 '인과관계'의 차이

이번 논란의 핵심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연관성(association)'과 '인과관계(causation)'의 차이를 아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이것은 과학적 사실을 해석하는 데 있어 가장 기본적인 원칙 중 하나입니다.

 

  • 연관성: 두 가지 사건이 함께 발생하는 경향을 보이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여름에 아이스크림 판매량이 늘어날 때 익사 사고도 증가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아이스크림이 익사를 유발하는 것은 아니지요. '더운 날씨'라는 공통된 원인이 두 사건에 모두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 인과관계: 한 사건이 다른 사건의 직접적인 원인이 되는 것입니다. 즉, A가 B를 일으킨다는 명확한 증거가 있어야 합니다.

 

트럼프 행정부가 근거로 제시한 연구들은 대부분 아세트아미노펜 복용과 자폐증 진단 사이에 통계적 '연관성'이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관찰 연구들입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것이 아세트아미노펜이 자폐증의 '원인'이라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고 강력하게 지적합니다.

 

왜 그럴까요? 임신부가 타이레놀을 복용하는 이유는 보통 열이나 통증, 염증과 같은 질환 때문입니다. 바로 이 질환 자체가 태아의 신경 발달에 영향을 미치는 숨겨진 요인(교란 변수)일 수 있다는 것이지요. 대규모 연구에서도 이러한 교란 변수들을 고려했을 때 연관성이 크게 약해지거나 사라지는 결과가 나타났습니다. 스웨덴에서 약 250만 명의 출생아를 대상으로 진행된 대규모 연구의 저자들은 "관찰된 연관성은 타이레놀 자체가 아닌, 다른 요인들 때문일 가능성이 있다"고 결론 내리기도 했습니다.

 

백악관의 근거, 신뢰할 수 있을까

더욱이 가디언(The Guardian) 지의 분석에 따르면, 백악관이 제시한 자료는 신뢰도에 여러 문제점을 보였습니다. 일부 연구는 결과가 '약하고(weak)', '결정적이지 않다(inconclusive)'고 평가받았으며, 심지어 같은 연구를 여러 번 인용하여 증거가 풍부한 것처럼 보이게 만드는 방식을 사용하기도 했습니다.

 

이는 과학적 사실을 객관적으로 전달하기보다는, 특정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데이터를 선택적으로 해석하고 과장한 것에 가깝다는 비판을 받는 이유입니다.

 

임신 중 타이레놀, 어떻게 해야 할까

현재까지 전 세계 보건 전문가들의 일치된 의견은, 임신 중 필요한 경우 의사 또는 약사의 지도 하에 아세트아미노펜을 권장 용량에 맞춰 단기간 복용하는 것은 안전하다는 것입니다.

 

오히려 고열이나 심한 통증을 약물 없이 참는 것은 산모와 태아 모두에게 더 해로울 수 있습니다. 고열은 그 자체로 태아의 신경 발달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부프로펜이나 아스피린과 같은 다른 계열의 진통제는 임신 후기에 복용 시 태아에게 심각한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어 일반적으로 권장되지 않습니다.

 

따라서 아세트아미노펜은 여전히 임신부가 선택할 수 있는 가장 안전한 해열·진통제인 셈입니다. 물론, 모든 약물이 그렇듯 불필요한 복용은 피하고, 반드시 필요한 상황에서 최단 기간, 최소 효과 용량을 사용하는 것이 현명합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의학적 결정을 내리기 전에 반드시 전문가와 상담하는 것이겠지요.

 

결론적으로, 타이레놀이 자폐증을 유발한다는 주장은 현재로서는 과학적 근거가 매우 부족하며, 세계 주요 보건 기관들은 이를 지지하지 않고 있습니다. 확인되지 않은 정보로 인한 막연한 불안감보다는, 신뢰할 수 있는 전문가의 조언을 따르는 것이 산모와 아이의 건강을 지키는 가장 확실한 방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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